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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 마실 권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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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 마실 권리(사설)

입력
199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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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수라는 이름의 물이 멋대로 팔리고 있는지 10여년만에 생수 시비가 드디어 끝장 났다. 대법원이 생수의 내국인에 대한 시판을 금지한 지난 76년의 보사부 고시에 대해 국민의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린것이다. 이번 판결로 당장 달라질것은 별로없다. 보사부 고시라는것도 수돗물 파동이 비롯된 10여년전부터 이미 생수가 공공연히 내국인에 팔리기 시작해 지금은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판매규모여서 유명무실해진지가 오래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다만 이번 대법원판결의 명분상 의미를 찾자면 몇가지로 꼽을 수는 있겠다.

 먼저 헌법의 정신이나 국민적 생활편의와는 상관없이 타성적으로 발동되어온 행정규제만능및 행정편의적 발상과 조치에 제동을 거는 의미부터가 부각된다.

 사실 지금껏 생수정책이 표류해온것은 국민생활과 동떨어진 행정만능풍조에서 비롯된바 크다. 상수도행정을 행정부가 전담해왔는데 생수시판허용으로 상수도행정의 발판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불신받기에 이른 수돗물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싫어 그런 억지를 계속해왔던것이다. 환경학자의 지적을 떠나서도 우리 수돗물의 문제야 국민들이 이미 피부로 절감해온 바이다. 그런 국민생존의 중대문제를 수돗물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지도 못하면서 생수판매마저 막는 식으로 더이상  방치할수가 없는 형편이었던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보면 이번 판결은 생수시판금지를 대통령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문민정권과 보사부등 행정당국을 오히려 헌법의 이름으로 도와주는 효과도 있다하겠다. 그동안 고시에 대한 국민적 외면으로 스스로 제발목을 묶어온 감이 없지않았던 행정부야 말로 속으로는 이제 홀가분함을 느낄만도 할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또다른 중요한 의미들을 함축하고있음도 사실이다. 겉보기에 정권과 정부를 공약과 고시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해주면서, 수돗물에 대한 행정부의 질향상책임을 판결문을 통해 분명히 해둔게 그것이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 해소란 생수판매규제가 아니라 좋은 수돗물공급책임을 다해 풀어야 할것이라고 원칙을 지적해둔것이다.

 이밖에 이번 판결로 엄격한 법과 기준및 행정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생수가 양성화되어 법과 규제의 테두리에 포함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이 보호될수 있게된게 무엇보다 가장 실질적인 소득이라 하겠다. 조만간 당국의 생수시판양성화조치가 단행되면서 지금은 멋대로인 생수의 수질기준·생산시설기준은 물론이고 무절제한 지하수개발·고갈·오염을 막을 수 있는 법과 행정적 장치들이 조속히 마련될 길이 비로소 열린것이다. 이제 당국은 더이상 지체하지말고 국민건강및 행복추구권에 소홀함이 없도록 생수를 포함해 마실물에 대한 후속조처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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