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일반 병사 서홍강. 그는 요즘 갑자기 12억 중국인 모두가 그의 이름을 알 정도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 올랐다. 강택민국가주석 겸 총서기가 그를 접견했고 그에 관한 TV좌담회가 열렸는가하면 그를 본받자는 강택민, 이붕, 유화청, 장진등 중국지도자들의 친필글씨가 인민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 1면에 큼직하게 실렸다. 그에 관한 사설과 칼럼등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가 행한 영웅적 행동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야단스러울까. 93년말 공공버스안에서 한 여인의 손목시계를 강탈하려는 소매치기일당을 만나 제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산동 제남군구에 속한 평범한 인민해방군 전사였다. 당시 버스안의 다른 승객들이 칼을 휘두르는 소매치기 일당 4명의 기세에 눌려 숨을 죽이고 있을때 그는 용기있게 홀로 맞섰다. 그가 14군데에 상처를 입어가면서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자 승객들도 마침내 서에 가세해 강도 1명을 잡았다는 사실이 그가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된 사연의 전부이다.
서의 이같은 행동은 목숨을 건 용기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지만 최고지도자들마저 참여한 전국적인 정치캠페인의 계기가 됐다는데는 어쩐지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캠페인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추진 이후 중국내에서 만연하고 있는 이기주의 풍조를 오버랩해야 한다.
인민일보는 지난7일 서와 관련, 사설에서 악을 행하는 소수를 착한 다수가 무서워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개탄하고 자기집 앞만 청소하는 이기주의적 풍조의 만연과 공민의 책임의식 상실에 대한 맹성을 촉구했다.
중국지도부가 서를 모택동이 사회주의적 인간형으로 부각시켰던 뇌봉과 연결시키는데서 그들의 「영웅만들기」 목적은 보다 뚜렷해진다. 뇌봉은 희생과 봉사정신의 귀감으로 모택동사후에도 매년 3월이면 정기적으로 학습돼 왔다.
서홍강을 「살아있는 뇌봉」으로 영웅화시키는 것은 시장경제화가 사회주의 미덕의 포기를 뜻하지 않는다는 중국공산당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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