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보여 실망”에 “당신도 빈 봉투” 응수/「수석」끼리 20분 밀담… 뭔가 오가긴 오간듯 9일 상오10시부터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제5차실무대표 접촉은 북측이 내놓은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쌍방의 공방으로 거의 한발짝의 진전도 보지 못한채 끝났다.
특히 양측대표들은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감정적인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전례없는 강도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격앙된 분위기.
본회담이 끝난뒤 양측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었으나 박영수북측단장의 제의로 송영대우리측 수석대표와 20분 가까이 수석대표간의 단독밀담을 가져 주목.
북측 박단장은 우리측 지역으로 돌아가는 장재롱외무부미주국장등을 배웅하며『단장(수석대표)끼리는 좋은 얘기를 했다』면서 『다음에는 더 잘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이날 접촉도 무위로 돌아가자 우리측에서는 미·북한 3단계회담이 열리는 오는21일까지 특사교환이 실현될지 여부에 대해 비관적인 관측이 팽배.
우리측의 한 실무대표는 『12일의 접촉에서 합의가 될 경우 아직까지 기회는 있다』면서도『그러나 시간적으로 촉박해 점차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져 가고 있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전망.
북한측은 이번 접촉에서 합의서수정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음 접촉일자도 사흘뒤인 12일 갖자는 우리측 제의를 수락하는등 형식적으로는 전향적인 자세를 피력. 북측이 이번에 제시한 수정안은 우리측과 같은 13개항으로 특사의 임무로 ▲비핵화공동선언이행 ▲기본합의서이행과 긴장완화 ▲전민족대단결 ▲기타현안 ▲정상회담등 기존의 임무외에 ▲자주적평화통일방도문제 ▲민족자주성을 추가한 모두 7가지를 거론.
○…양측은 회담벽두 기자들 앞에서 가진 대화에서도 언중유골의 가시돋친 농담을 몇차례 주고받는등 예전 회담보다 경직된 모습.
박단장은『송선생이 늘 가지고 오던 큰 가방이 보이지 않으니 오늘은 별다른게 없는 모양』이라며 지난 4차접촉때와 같은 트집. 이에 대해 송대표는『귀측이 줄 큰 선물을 싸가기위해 이번에는 보따리를 가지고 왔다』면서『박선생은 늘 빈봉투가지고 판문점을 왔다 갔다하니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고 북측대표단앞의 흰 봉투를 가리키며 응수.
박단장은 또 『얼마전 남쪽에서 발간된 「주간한국」을 보니 송선생이 회담전날이면 모의회의를 한다고 하던데 그런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모의회의에서 누가 내 역할을 하는지 친구로 맺고 싶다』고 농담. 이에 대해 송대표는『모의회의는 내가 혼자 머리속에서 하는 것』이라며 『북측이야말로 회담전 모의회의를 철저하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 박단장은 회담후 주간한국기사에 잘못은 없었느냐는 기자질문에 『잘못됐다고 하면 또 나를 공격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본회담에 들어가자마자 북측이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자 우리측에서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비언불답』이라고 대답. 북측의 요구가 거듭되자 우리측은『특사교환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상대편 최고당국자발언을 트집잡은데 대한 사과를 하라』며 강력하게 응수.
○…회담말미의 수석대표간 단독회동과 관련,송대표는 내용공개를 거부하면서『쌍방간에 진지하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말하고『북측도 특사교환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국과의 3단계회담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것 같았다』고 밝혔다.【판문점=유승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