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상 주력… 시적분위기 물씬/“오랜 꿈 실현… 침묵할수있어 좋아” 시인 황지우씨(42)가 올봄 들어 두 가지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시대적 고뇌를 함축한 새로운 서정으로 80년대 이후 가장 빛나는 시를 써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그가 한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취임한것이 그 하나이다. 그는 『나이 마흔 둘에 처음으로 직장을 갖는다』고 말했는데, 경기 오산시에 있는 한신대는 80년대 중반의 험한 시절에 그가 시간강사를 나갔다가 수업 중에 자신을 잡으러 오는 형사를 보고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담을 넘어 도망치기도 했던 학교이다. 다른 하나는 그가 조각가로 데뷔전을 갖는다는 점이다.
그는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 한 공동작업실에서 후배들과 함께 열심히 흙과 씨름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은 모두 11점인데, 20점이 채워지면 5월이나 6월 서울 인사동의 모화랑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그는 지금 시 보다는 조각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 몇편의 시를 발표하고 스스로 정신적·정서적 위기를 느꼈고 병원에도 다녔다. 그 때 후배들 도움으로 조각을 처음 시작했다. 글은 징하다. 조각을 하며 느끼는 좋은 점은 침묵해도 좋다는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인물조각만 만들고 있다. 두상과 흉상, 전신상인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신감이 붙는 듯 작품의 크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인물의 사실적 재현을 목표로 한 그의 작업에는 때때로 고은 김지하씨등 선배 문인들의 이미지가 겹쳐지기도 했다.
여인흉상 「바람 속에서 나는 내세를 느낀다」는 전형적이랄 수 있는 동양적 얼굴의 제자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그는 『촉각적으로 해 보려고 매달렸는데, 다 만들고나니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든다. 예술을 위해 벗어 달라고 해도 안벗어 줘서 나머지 부분은 못했다』고 아쉬운 듯이 말했다.
자신과 부인을 모델로 지금 제작 중인 남녀나상 「진흙 이불」은 『진흙으로 점점 다가가는 덧없는 존재를 형상화하고 있는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배 조각가 박정환씨(광주교대 교수)는 『작품에서 부르델의 조각 같은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시에서 처럼 언어와 언어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가 전달되기도 해서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황지우씨는 조각 때문에 시생산이 줄어들것을 걱정하는 물음에 『자기 하고 싶은 것은 하고 봐야겠습디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원래 미학과가 미술과 철학이 결합된 학문으로 알고 서울대 미학과에 갔는데, 가보니 철학만 있었다. 그래도 나는 시로써가 아니라 대학전공인 미학으로 밥을 벌어 먹으려 했는데, 결국 시로 밥벌이를 하는 문창과 교수가 되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미술에 대한 사랑은 오래 되어 그가 그린 김현(작고) 이인성씨 등 문인의 인물 스케치가 책 장정에 실렸으며, 또한 여러 편의 미술평론을 발표해서 책 한 권으로 꾸며질 단계에 있다.【광주=박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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