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상황 수시점검… 진술공개 불만/“표적수사로… 근본적 비리척결 미봉” 여야는 8일 구속된 한호선농협중앙회장의 선거자금제공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검찰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를 정치권에 대한 부담으로 여기면서 정부를 향해 철저수사촉구를 반복하고 있다.
민자당은 특히 한회장의 자금제공사실이 검찰에 의해 새어나온 점을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으며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또 하나의 「표적수사」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비리수사를 모든 국영기업체로 확대할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자당은 검찰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정치인 관련설이 확인될 경우에는 당차원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번 「농협 돈봉투사건」은 지난 2월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과는 또다른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조기진화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안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이번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에 파장을 미칠것으로 예상하면서 검찰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 사건이 모처럼 조성된 정치개혁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권수뇌부는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굳이 자체조사등 당차원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사건의 전개방향을 주시하며 검찰수사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일각에서는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회장의 진술내용을 아무런 여과없이 언론에 공개한 검찰에 은근히 불만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인사는 이날 『농협자금의 정치권유입이 한회장진술로 드러난 이상 그 내용여하에 상관없이 정치권은 이미 상처를 입은 셈』이라며 『더이상 구체적 사실을 밝히지도 못하면서 검증도 없이 민감한 진술을 공개한것은 경솔한 처사가 아닐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농협의 비리외에 모든 국영기업체의 비리여부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사에 나서야 할것이라고 공세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한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여부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태도를 보여왔으나 최근 이번 수사의 성격을「표적수사」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공세적 행보를 가미하고 있다.
이날 상오 북아현동자택에서 이기택대표를 만난뒤 박지원대변인은 『비자금조성등 한회장의 범법사실에 대해서는 처벌이 당연하며 정부는 정치자금수수와 관련된 사실에 대해서는 분명히 밝혀 국민적 오해를 불식시켜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구속부터 먼저 해놓고 인사비리 공사관계뇌물수수등을 조사하는 것은 UR반대운동등과 관련, 그의 회장재선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예의 표적수사론을 되풀이했다.
김용석부대변인은 한발 더 나간 논평을 통해 『정부가 농협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한것으로 개혁의지의 후퇴』라고 비난한뒤 『그동안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돼왔던 모든 정부투자기관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전면 확대해야 할것』이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당초 한회장의 정치자금제공부분에 대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소속의원의 관련여부에 일말의 우려를 가진 것이 사실이나 상대적으로 여권인사들의 관련성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 보다 유의하는 인상이다. 민주당은 특히 한회장의 자금제공이 지난 대선과정에도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눈길을 거두지 않는 듯하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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