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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 추방대회(장명수칼럼: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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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의대회」 추방대회(장명수칼럼:1651)

입력
199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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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자 조석간 신문에는 3건의 결의대회에 관한 기사와 사진이 실려 있다. 그 상투적인 기사들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할줄 모르는 우리사회의 겉치레 행사문화를 구태의연하게 보여준다.  첫번째 결의대회는 농협중앙회 임직원 7백여명이 7일 농협 대강당에서 열었던 「농협개혁 결의대회」다. 임직원들은 한 손을 치켜들고 「조합원들의 농협」으로 거듭날것을 다짐하고 있다. 지난 5일 한호선 농협중앙회장이 수억원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혐의로 검찰에 구속된지 사흘만에 치른 이 대회는 너무나 신속하여 더욱 쓴 웃음을 짓게 한다.농협간부들은 정부가 농·수·축협의 조직개편 방침을 밝힌것에 자극받아 빨리 무엇이든 결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낀것 같다.

 두번째 대회는 8일 서울경찰청 강당에서 열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무행정 쇄신대회」다. 6백80여명의 일선기관장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김영삼대통령은 격려사를 했으며, 최형우내무장관은 훈시를 통해 『국제화 개방화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내무공무원 스스로 전문화 선진화하는 과감한 변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무부가 이날 대회를 준비한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많은 국민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 유용파동 의 수습용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다른 대회는 자동차노조 서울버스지부의 「준법운행실천 결의대회」다. 7일 서울버스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이 대회는 임금협상과정에서 계속돼온 투쟁의 하나로 새 뉴스는 아니지만, 다른 결의대회들 속에서 새삼 눈길을 끈다.

 국민들은 온갖 결의대회에 참을 수 없는 염증을 느끼고 있다.이번에 농협·내무부·자동차노조가 열었던 결의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당연히 자기들이 해야할 일을 하겠다고 주먹을 흔들며 결의를 하니 도대체 무슨 코미디냐고 한심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들은 특히 국제화 개방화를 부르짖는 새 정부아래 공무원들이 이런 구시대적 행사를 벌이는것에 실망하고 있다.

 우리는 불행한 역사속에서 수많은 규탄대회·궐기대회를 치렀다. 6·25규탄·휴전 결사반대·반공 궐기대회등에서는 으레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는 사람들이 나왔고, 그대회들은 십중팔구「관제」였다. 오늘의 결의대회는 그 유산이고, 북한에서 벌어지는 광적인 인민대회의 「사촌」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일반기업의 근로직·사무직·임직원에서 국가기관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툭하면 결의대회로 한건 보여주는 악습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너무나 위선적이고 낭비적이다.우리에게 필요한 대회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각자 마음속에서 조용히 치를 「결의대회 추방대회」뿐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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