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적성발굴·소외층 포용/성과따라 연변등 교포에 확대/부작용없게 공정한 선발 총력… 대학 국제화 계기로□인터뷰=설희관 사회부 차장
연세대가 21세기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혁신적인 개혁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특별전형제」를 골간으로 발표한 입학제도개선안은 입시체제를 뒤엎는 혁명적인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연세대는 특히 이제까지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농어촌이나 도서벽지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는등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있어 획일적이고 구태의연한 대학사회에 자극제가 되고있다. 임기 2년째를 맞아 개혁의 선봉장역할을 하고있는 연세대 송재총장(58)을 만나 「특별전형제」를 포함한 입학제도개혁의 배경과 취지등을 알아보았다.【편집자주】
―95학년도부터 도입키로한 「특별전형제」의 정확한 내용은 무엇입니까.
▲입학정원의 5%(2백50명선)내에서 농어촌지역의 우수학생, 격·오지공무원,전방의 장교및 장기하사관, 낙도교사등의 자녀와 근로자등을 내신과 추천만으로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농어촌학생의 경우 전국1백36개군별로 1명씩 교육장의 추천을 받아 선발할 예정입니다. 성과가 좋으면 96학년도부터는 중국연변교포자녀와 베트남의 한국인2세등 해외거주소외계층에도 이를 확대, 점차적으로 입학정원의 20%까지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특별전형제」의 교육적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현행대입제도는 외교관자녀등에만 특례입학을 허용하고 있을뿐 정상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소외계층은 대학교육에서도 소외받아왔습니다.우수한 성적의 학생을 선발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개성있고 품성이 훌륭한 인재를 가려뽑아 장차 이나라의 지도자로 육성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해마다 연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50%이상을 서울지역의 50개교출신들이 차지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교육이 불가능합니다. 연세대는 앞으로 특별전형제를 시작으로 인재를「선택」하지 않고 필요한 인재를 찾아다니며 「모집」할 것입니다.
―김숙희교육부장관이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세대의 특례입학제도를 장기적으로는 허용할 방침이나 교육법시행령개정작업을 해야하므로 95학년도에는 어려울것이라고 못박았는데요.
▲연세대의 입학제도개혁안은 어느날 갑자기 결정된것이 아니고 우리나라대학에서는 처음으로 입학관리처를 연중가동하면서 연구검토해 온 사항입니다. 조만간 우리대학의 건의서 교육부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설득할 예정입니다.
―연세대는 입시제도를 어떠한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실 예정입니까.
▲본고사는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도구가 개발되는대로 폐지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내신·수능·면접의 체계화를 통해 합리적인 평가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연세대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소외계층에 눈을 돌리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을 성적못지않게 중요시할것입니다. 입시제도도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뽑고싶은 학생을 마음껏 선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특별전형제 도입을 기부금입학제를 실시하기 위한 사전포석일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별전형제는 엄정한 추천과 선발이 생명이라고 생각하는데 부작용을 막을 복안을 갖고 계시겠지요.
▲제가 총장직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학교는 기부금입학제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이 확정되기 전까지 결코 기부금입학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사학현실상 기부금입학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견일따름입니다. 특별전형제는 이미 말씀드린대로 소외된 지역이나 계층의 학생들을 올곧게 추천받아 학교의 명예를 걸고 공정하게 선발할 예정입니다.
―최근 연세대도 도입키로 한 교수업적평가제와 대학평가인정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가가 없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사람이나 조직은 기대받는대로 행동하는게 아니라 점수받는대로 행동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UR타결이후 세계는 바야흐로 국경없는 경제전쟁에 돌입,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전쟁의 「신병훈련소」격인 대학만 보호막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교수업적평가제와 대학평가인정제의 도입은 교수사회의 절박한 자기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양 제도 모두 각 대학과 학과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자를 들이대서는 안되며 엄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신문로 포럼 제6회 월례조찬회에서 「교육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주제의 강연을 하신것으로 압니다. 무엇을 강조하셨는지요.
▲사실 신문로포럼에서 연세대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저의 교육개혁방안을 모두 밝혔습니다. 그날도 말했지만 일본의 오마하 겐이치라는 실업인은 『한국은 주입식교육으로 실패한 일본을 닮지말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전 중고교 6년동안 화장실청소를 도맡아해온 학생의 봉사정신을 높이 사서 합격시킨 일본 게이오대학을 배워야해요. 국제화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지방화 분권화시대에 살고있는만큼 지역적인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농어촌이나 격·오지근무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하는 특별전형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학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연세대라고 예외는 아닐텐데 재원 확보방안은 있습니까.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등록금으로는 경상운영비를 겨우 충당하는 수준입니다. 대학의 연구·교육 여건개선에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정부의 지원금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각 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끌어오고 동문조직등을 중심으로 연세사랑저금통보내기운동, 4백교회성금운동등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92년 취임당시 「대학경영의 프로화」를 주장하신이래 남다른 기획력과 추진력을 발휘, 연세대동문뿐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도 경영시대의 사립대총장으로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육철학을 들려주시겠습니까.
▲21세기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고리가 바로 교육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낙후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쓸데없는 간섭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교육분야에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보호가 계속되는 한 대학은 평준화되고 획일화된 교육만 할 수밖에 없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교육선택의 자유확대, 교육기회의 균등화, 국제화·세계화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선발기준을 인정, 입학정원이나 선발방식, 선발시기등 모든 입시관련업무를 대학에 일임, 간섭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교육부도 이제 대학의 자율능력을 믿고 국제적인 감각으로 고등교육정책을 펴나갈때라는 말입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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