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연루되고 그때마다 발빼기에 바빴던 정치권의 행태가 이번 「농협 비자금」에서도 똑같이 재현됐다. 여야는 「농협 비자금사건」이 터진지 4일이 지난 8일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결백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채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지극히 단순한 입장표명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농협 비자금사건」의 불똥이 처음 정치권에 떨어진 이후 여야가 보여준 언행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손발이 척척 맞았다. 민자당이 애써 무관함을 강조하면서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자 민주당도 사용한 단어만 차이가 있을뿐 똑같은 자세를 보였다.
7일 민자 민주 양당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철저히 수사해 한 점 의혹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아예 공을 검찰쪽으로 슬그머니 넘겨버렸다. 더욱이 민자당과 민주당은 약방의 감초격인 표적수사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조속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의 향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정치권은 한호선농협중앙회장이 구속되기 불과 하루전인 4일밤까지만 해도 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것을 서로 추켜세우며 이제부터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를 소리높여 다짐했었다. 부정부패로 얼룩졌던 악순환의 고리를 과거속으로 사라지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권의 자찬은 「농협 비자금사건」이 터지면서 곧바로 곤두박질 쳤다. 민자당과 민주당은 지난 2월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에서 처럼 적극적인 진상규명의지를 좀처럼 내비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은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과거 정치관행을 고려할 때 정치권이 비리사건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이 필요이상으로 핵심을 피해가거나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은 정치권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불식시키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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