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이 뽑은 「잘못된 건강지식 백가지」는 의학정보의 오·남용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고 있던 건강상식중 7, 8할이 틀렸거나 근거없는것이라는데 놀라고 있다. 개중에는 제목만 보고 수긍할 수 있는것들도 있지만 식자층이라는 사람들 조차 왜 잘못됐다는것인지 의아해하는 내용이 많다.
「순한 담배는 덜 해롭다」 「산성체질은 알칼리로 바꿔야 한다」 「건강식품이 해로울것은 없다」 「술은 섞어 마시면 더 취한다」 「속 쓰릴 땐 우유」 「흔들리는 차속이나 어두운데서 책을 보면 눈이 나빠진다」 「간질·정신병은 유전」 「기절하면 우황청심환이 최고」등은 그런 예로 꼽힐만 하다.
살기가 좀 나아져 생활의 질을 생각하게 되면서 의학·건강정보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참된 의학지식·건강정보를 공급해줄 통로는 너무도 좁고 이용하기가 불편하게 돼있다. 환자들이 동네 병·의원을 믿지 못해 「명의」를 쇼핑하려 헤매고 대학·종합병원으로만 몰리는 현상은 이미 해묵은 사회문제이다.
보건교육과 의학·건강정보의 1차적 공급을 책임져야할 보건소는 극빈자나 찾는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문제가 문제로만 남아 있는 사이 활개치고 있는 허무맹랑한 건강상식들은 의료의 낭비를 부르고 생명을 좀먹는 해악이 될 수 있다.
평소 건강을 지키는데, 또 병이 났을 때 필요한 참지식·참정보와 치료수단을 획득할 길이 막힌 환자들이 범람하는 사이비 의학에 매달려 묘약과 비방을 찾는것을 어리석다고만 하고 있을것인가.
그렇다고 무책임하고 불친절한 의료관행으로 불신을 자초하는 일부 의료기관·의료인 탓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고 말것인가.
인의협의 이번 문제제기는 의료계·의료인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의료정책에 궁극적 책임이 있는 보사부가 의료전달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의료개혁의 압력은 부끄러운 국내현실로부터 오는것만도 아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분야도 선진외국의 시장개방압력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사립종합병원 체인인 「헬스 코퍼레이션 오브 아메리카」같은 데서는 이미 작년부터 우리 의료시장에 관한 모든것을 샅샅이 조사중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의협(인도주의실천 의사협의회)의 소리와 함께 최근 병원 참모습 찾기운동등 의료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자성과 개혁의 움직임을 잘못된 의료제도·의료풍토를 개혁하는 더없이 좋은 계기로 연결시켜야 할 책임이 보사부에 있다.【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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