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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통한 삶의 재인식/「오디세이아」/김욱동(다시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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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통한 삶의 재인식/「오디세이아」/김욱동(다시보고 싶은 책)

입력
199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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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과 성취의 모험담… 서구문학 “뿌리” 인생을 나그네길에 비유하는 것은 진부한 유행가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시인들도 삶을 나그네길이나 항해에 비유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철학자들은 「호모 비아토르」라고 하여 여기저기 떠돌아다닌다는 데서 바로 인간의 속성을 찾기도 하였다.「이 풍진 세상」을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는 것. 이러한 방황을 통하여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도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은 인간의 타고난 운명인지도 모른다. 불교에서도 인생은 고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삶을 여정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늘 머리에 떠오르는 문학 작품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평가받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게 된다. 호메로스는 고대 희랍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최초의 유럽 시인으로 일컬어진다. 서사시뿐 아니라 서구 문학은 사실상 호메로스의 작품에 굳건하게 뿌리를 박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호메로스가 과연 이 서사시의 저자인가 하는 점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작품의 원작자를 두고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지은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이 기원전 7세기 이전에 씌었다는 점, 소아시아에 살던 어느 한 시인이 그 동안 구전되어 오던 자료들을 기초로 문학적 형태로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귀족들을 그 대상으로 삼았던 구전 문학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가 함락된지 10년이 지난 후에 벌어지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은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겪는 갖가지 모험담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10년에 걸친 전쟁을 마치고 또다시 10년에 걸친 여정 끝에 고향에 돌아온다. 그가 이렇게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 겪게 되는 갖가지 모험이 바로 이 서사시의 중심 내용을 이루는 것이다.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괴물이나 악한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또한 신들에서부터 왕들을 거쳐 노예들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유형의 인물도 만나게 된다. 그가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되고 바다에서 전투가 벌어지지만, 이러한 위험과 장애를 모두 견뎌내고 마침내 무사히 아내와 자식의 품속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을 맺는다.

 오디세우스가 겪는 갖가지 모험은 곧 인생의 축소판이나 크게 다름없다. 항해 도중 그가 부딪치는 방황과 모험은 인간이라면 으레 겪게되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그의 모험에는 유혹과 도전, 투쟁과 고통, 그리고 승리가 곁들여 있다. 오디세우스의 삶의 여정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과 역경, 좌절과 절망, 순간적인 기쁨과 승리감의 총화가 곧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서강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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