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연인사 관련여부 탐문/야에 유입가능성 일말 우려 노동위돈봉투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정치권이 「한호선스캔들」에 다시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회장이 비자금 3억여원을 14대총선 출마자 1백여명에게 건넨것이 드러난데 이어 비자금의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것으로 추정되는등 사건전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내부조사결과 「로비의혹」 또는 「뇌물」이라고 할만한것은 없었다며 『만만한게 정치권이냐』는 푸념도 털어놓고 있다.
○…민자당은 7일 한회장의 비리에 대해 『충격이자 불행』 『UR파고를 극복하려는 범국민적 노력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특히 정치자금등과 관련된 어떤 의혹도 제기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관련설이 확인될 경우 상응하는 당차원의 조치가 뒤따를것』이라는 원칙적 언급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반응과 달리 당지도부는 「마당발」로 소문난 한회장과 지연·학연등의 끈이 닿아있을만한 인사들을 탐문하며 로비여부와 내용을 알아보는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당직자는 『아직까지 지난 선거때 한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사람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설령 있다해도 선거때의 개인적 인사치레 정도였다면 지금와서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당직자는 『농민회비로 충당되는 농협예산을 비자금으로 조성, 정치인에게 건넨것은 액수의 과다에 관계없이 도덕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면서 『당사자가 쉬쉬하기보다 경위를 밝히는게 문제를 수습하는 지름길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회장과 동향이거나 평소 친분을 유지해왔던 인사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에 정치권을 물고 들어가는것은 사안의 방향을 잘못 잡은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은 3가지 측면에서 복합적이다. 첫째 원론적인 면에서 불법적인 비자금조성 및 정치권유입을 철저히 수사,응분의 처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농협이라는 기관의 성격상 비자금이 주로 여권에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높은만큼 농협비리에 대한 수사결과는 대여정치공세에 유리한 상황을 가져올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특히 한회장이 지난 총선에서 선거자금을 지원한 대상이 주로 여권 후보였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이해찬의원은『농협이 모기관에서 건네준 명단에 따라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관심을 모으고있다.
민주당이 두번째로 주목하는 대목은 농협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UR대책등 일련의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던 한회장에 대한 표적 수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박지원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일부에서는 한회장이 UR반대투쟁과 국회비준반대운동을 앞두고 청와대와 정부에 「괘씸죄」에 해당하는 정치적 이유로 구속되었다는등의 이야기들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수사배경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기택대표도 이와 관련해『당분간 수사를 주시하겠다』며 신중한 자세이다.
셋째로 민주당내 일부에서는 농협비리수사가 경우에 따라서 민주당자체에도 불똥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수 없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어떤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이 유입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회장이 워낙 마당발이어서 지역에 따라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것이다.【이유식·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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