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에 당혹… 한결같이 “무관”/민자/“여당 지원 상식” 강공은 꺼려/민주 비자금조성 및 유용혐의로 구속된 한호선농협중앙회장이 지난 92년 총선당시 의원출마자 1백10명에게 2백만∼3백만원씩을 선거자금으로 지원한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정치권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은 정치자금수수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정치권은 정치개혁을 위한 통합선거법등 3개정치관계법이 통과된 직후 이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유의하며 수사추이와 파장확산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자당은 한회장이 정치권에 제공했다는 자금이 주로 여당후보에게 전달됐을것이라는 주변의 시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발표대로 이번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 자금을 전달받았을것으로 추정되는 농촌출신의원들은 한결같이 『나는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수수사실은 부인하면서도 『한회장의 성격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선거자금이 지원됐을 개연성을 인정했다.
경기지역의 한 농촌출신의원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잘라 말한뒤 『다만 한회장이 마당발인데다 평소 학연을 중심으로 인맥을 형성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농림수산위의 한 의원도 『한회장이 평소 진취적 성격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는데 의외』라고 자신이 선거자금과 무관함을 강조한뒤 『한회장이 선거자금을 주었다면 여당만 주었겠느냐』고 말해 은근히 야당도 관련됐을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민자당의원들은 또 『노동위 돈봉투사건이 지나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다시 농협선거자금문제가 터져서 국회의원들이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것 아니냐』면서 『정치관계법이 통과돼 새로운 정치풍토가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여건이 안좋다』고 사건의 확대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민주당은 한회장의 선거자금제공을 일단 「민자당의 문제」로 치부하며 가급적 연루되지 않으려는 분위기이다. 민주당은 『선거때 농협이 여당후보를 지원한다는것은 상식』이라는 논리로 야당과의 연결고리를 끊었다.
대부분 의원들은 『그동안 농협 수협등이 은근히 여당선거운동을 해주어왔다』 『14대때 1백10명이나 지원했다지만 나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등의 부인일변도로 나왔다. 한 중진의원은 『한회장과 가까운데도 선거지원을 못받았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기까지하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한회장의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원 1백10명은 민자당지역구후보 2백37명중 도시지역을 뺀 숫자』라고 나름대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관하다』는 외면적 반응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은근히 조심하는 기류가 있다. 순발력으로 유명한 박지원대변인이 논평을 유보하고 있는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은 느낌이다. 또 한회장과 친밀한 의원들이 적지않아 민주당이 전후를 고려하지않고 무작정 정치자금지원과 관련한 대여 강공을 취하기도 어려운것같다. 특히 당내의 고려대출신들은 『한회장이 여야를 가리지않고 동문을 잘 챙긴다』는 풍문에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이다.
물론 이런 신중한 분위기가 꼭 연루의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차라리 「정치자금 문제는 다룰수록 파장과 피해가 커진다」는 정치권의 경험적 원론이 민주당의 보폭을 줄이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것이다. 하지만 선거자금문제가 의외의 변수에 의해 확대될 경우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여당의 부담』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세를 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아울러 경우에 따라선 관변단체, 정부투자기관등이 지난 선거에서 취한 여권편향의 지원도 따지겠다는 자세다.【신재민·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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