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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정적 석방 화전 갈림길/이그나텐코(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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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정적 석방 화전 갈림길/이그나텐코(해외칼럼)

입력
199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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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역사상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정적만큼 빨리 그리고 쉽게 풀려난 사람은 없다. 지난주 그들은 소매치기보다도 더 빨리 풀려났다. 5개월전 옐친은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와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를 반역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새 의회 의원들은 지난달 중순 재판도 하지 않은채 이들의 석방을 결정했다. 이러한 사실은 러시아 사회에 메우기 힘든 깊은 균열이 있다는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 새로운 러시아는 아직 새로운 국가적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옐친정적의 석방이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만을 가중시킨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극우민족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의 승리로 옐친은 압도적으로 통과된 새 헌법에 의해 그에게 이전보다 강대한 권한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옐친진영은 현재 가장 소수정파로 몰려 있다. 러시아는 극우파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연설로 동요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심화와 의회에서 야당의 수적우세로 약화된 옐친은 정적석방을 내린 두마(하원)의 결정을 취소할 정치적 수단들을 결집시키는데 실패했다.

 나는 군부도 석방결정에 은근히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군은 지난해 10월 자신들이 의회건물을 점령했던 일을 국민들이 망각해주도록 그러한 조치를 기다렸을것이다. 이와관련, 러시아 정치인들이 이타르타스통신에 말했던것을 음미해보는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세르게이 필라토프 대통령수석참모는 이렇게 말한다.

 『두마결정 주도자들의 의도는 분명하다. 과거지사는 과거지사로 묻어 두자는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거지사가 앞으로 조용하지 않을것이라는데 있다』

 예고르 가이다르는 러시아에서 최근 사태들이 공산주의복귀나 쿠데타가능성을 시사하는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반란기도자들에 대한 의회의 석방결정은 집권당의 허약함을 증명해준다』고 답변했다. 

 미하일 폴토라닌 두마 정보정책위원장은 『옐친은 권력의 고삐를 풀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복될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딤 바카틴전KGB의장은 『이들의 석방은 반옐친 군중들을 급속도로 재규합해나갈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관측통들은 반란기도자들의 석방이 정치지도자로서 옐친의 지위약화나 굴욕을 증명하는것뿐만 아니라 옐친행정부의 완전한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옐친측근들조차 반란기도자들이 풀려난 뒤 엇갈린 견해를 피력했다. 석방결정은 그것이 러시아의 정치풍토의 변화를 시사하기 때문에 시기가 부적절했고 정치개혁에 악영향을 줬다고 할수 있다.

 루츠코이는 대통령피선거권등 정치의제에서 옐친에 대해 강력하게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석방은 옐친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도전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10월전후와는 상황이 다른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권력은 지금이 훨씬 강력하다. 둘째, 옐친은 온건 중도파를 끌어들였다. 셋째,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총리 정부에서 실용주의적 이코노미스트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모두는 정치세력들을 규합해 개혁의 장도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이반 리브킨 두마의장은 두마의 석방결정에 대해 『러시아의 화합을 확고히하기 위한 희망에서 이뤄졌다』며 석방결정이 내전의 전주곡이라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어 『이것은 석방된 사람들 모두에게 러시아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공동의 노력에 동참할 기회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며 『이들중 일부가 공동의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대결을 선택, 거리에서의 정치적 충돌로 나간다면 우리 두마는 이들에 제재를 가할것을 요구하는데 제일 먼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다시 살아 남아야하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것인가를 지켜봐야만 한다.<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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