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가본 남도… 불편도 많았지만 그윽한향취 만끽 한국에 거주한지 벌써 6년째 접어든 나는 한국의 여러 지방들을 방문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전라도 지방은 둘러보지 못해 꼭 한번쯤은 찾아보고 싶었다. 전라도는 비옥한 곡창지대이고 아직까지 상업화의 때가 묻지 않아서 인심이 후한 순박한 지방이라고 들었다. 또 예술과 시, 판소리의 고장이며 특히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고있고, 비빔밥과 양념불고기가 유명한 곳이라고 알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지역의 오래된 경쟁관계에 대해서도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전라도 하면 한의 도시 광주가 떠오르기도 했다.
마침 설날 연휴를 맞아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호남고속도에서는 휴게시설이 적어 불편했다. 음식이라든가 스넥, 주유소, 화장실, 마땅히 쉴 만한 장소 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적었다.
11일 금요일 아침 광주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망월동 묘지를 방문했다. 학생들의 무덤은 다른 사람들의 무덤 사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학생 무덤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은 비석에 적힌 생년월일이 1950년대 후반이거나 앳된 모습의 사진을 통해서였을 뿐이었다.
나는 광주사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 이 사태의 정치적인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그렇다. 단지 나는 망월동 묘지가 국가적인 기념 묘역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하는 동안 폭설이 내렸고 곳곳의 도로사정은 말이 아니었다. 급기야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결국 예정했던 해남 대흥사와 「한반도의 끝」을 눈앞에 두고 섭섭한 마음을 안고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목포에서 박물관을 관람한 후 샛길을 이용해 전주를 찾아가려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심술。은 날씨와 교통경찰들의 성화로 우리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그날 밤을 전북의 무안에서 편안히 보낼 수 있었다.
나는 무안이나 김제 부안 논산 이리 그리고 구미와 같은 한국 소도시들의 발전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러한 도시들은 바로 국가경제가 그만큼 건실하며 탄탄하다는 점을 웅변해 주는 징표들인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나는 장성 백양사와 김제의 금산사, 부안의 채석강과 같은 한국의 절경과 유명 사찰을 둘러 보았다. 특히 백양사에서 내장산으로 넘어가는 지역에서는 설경의 아름다움과 마음속의 고독이 어우러져 묘한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사실 우리는 유일한 방문객이었다.) 내장산의 그 유명한 가을 비경보다도 겨울의 설경이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 눈덮인 내장산 자락은 나를 사로잡았다. 확언하건대,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다시한번 그 아름다운 곳으로 캠핑을 갈 것이다.
폭설과 교통사정, 그리고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는 없었다. 가능하다면 그들의 생활을 더 많이 알아보고 또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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