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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의 눈물/박용배 본사통일문제연구소장(남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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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의 눈물/박용배 본사통일문제연구소장(남과북)

입력
1994.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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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에서는 2월25일이 문민정부 출범 1주년이다. 북에서는 수령이 1964년 이날에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발표했다. 지난 24일에는 「테제」발표 30주년에 맞춰 수령은 전국농업대회에 「사회주의 농촌테제의 기치높이 농촌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하여」라는 서한을 보냈다. 수령의 「세기의 염원」인 쌀 사회주의는 숱한 통계와 정보가 식량난으로 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령은 늘 그런것 처럼 얼굴이 두텁다. 이 서한에서 『지난해에도 불리한 기후조건을 이겨내고 농사에서 대풍작을 이루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18일 갑자기 소집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에서 수령은 『94년 2월25일까지 「테제」를 완성하자』고 했다. 「테제」는 농촌에서 3대혁명(사상·문화·기술)을 이루고, 농업에 대한 공업의 지원, 농촌에 대한 도시지원강화, 농민의 협동적 소유을 전 인민의 소유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수령은 강성산총리, 서관무농업담당비서등에게 농촌에 대한 공업의 지원이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령은 그러나 4개월여후 이 서한에서 30년전의 테제는 완성단계라고 자랑했다. 4개월 만에 수령의 「숙망」이 이뤄졌단 말인가.

 한국은행 내부 자료로는 92년 북의 곡물 생산량은 4백26만 톤이다. 남은 6백20만톤. 87년의 경우 북의 쌀 생산량은 2백1만톤으로 남의 생산량의 35%에 그쳤다.

 세계식량기구는 84년에 1억5천달러, 86년 1억3천달러, 90년에는 미국으로부터 12억달러어치 밀을 수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은 84년 대풍을 이뤄 1천만톤 곡물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해에 1억달러어치 수입이란 이해가 가지않는 대목이다.

 작년에도 수령은 정치국회의전까지 여러군데 협동농장을 노구를 끌고 방문했다. 수령은 의식주라는 말을 식의주로 바꾸도록 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먹을 걱정만 없으면 다른 것은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에서는 걱정할것이 많은게 분명하다. 내외통신 2월17일자에 의하면 수령이 현지시찰에 나서면 그 지역및 인근주민들이 식량구입을 위해 몰려든다는 것이다. 수령이 현지지도에 나선 지역에서 밀린 배급량과 함께 식량을 미리 배급하는 선심을 쓰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수령이 경성에 들르자 함북의 어장, 청진, 함남 신포사람들이 몰려 들기도 했다.

 수령은 현지지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수령은 웃음은 많지만 눈물이 없다. 어찌 30년동안 사회주의 농업을 펼친끝에도 배급소에 장사진은 무엇을 뜻하는가.

 수령은 그가 존경했던 모택동처럼 눈물을 흘릴줄 알아야 한다. 모의 형토장(경호원 장)이었던 이은교는 전하고 있다.

 57년 12월께 경호원 장유는 모의 지시로 고향으로 농촌실상을 알아보러갔다. 그는 새카맣고 딱딱한데다 다량의 쌀겨가 섞인 식빵을 가져왔다. 모는 빵 한덩어리를 있는 힘을 다해 십었다. 눈 가장자리가 벌개질 정도로 딱딱했다. 억지로 삼킨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모는 이은교에게도 빵조각을 십도록 했다. 그 조각에는 모의 눈물이 떨어져 있었다. 『먹어 보아라, 이것이 농민의 식량이다. 먹기 힘들더라도 억지로 먹어보아라. 이것이 우리들의 식량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먹고 있는 식량이다』 모는 내내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수령은 핵에 매달릴게 아니다. 인민의 밥상에 무어가 올라 있는지를 봐야한다. 그리고 울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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