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뉴질랜드에 나갔다가 일년 만에 잠시 귀국한 친구처럼 알고 지내는 이를 만났다. 얼굴빛이 맑아지고 머리결도 고와지고 전체적으로 건강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가방속에서 부스럭거리며 거기 흙과 거기 물로 만들었다는 진흙팩이라는 걸 꺼내 주었다. 사진도 보여주었는데 거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햇살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 곳인지, 사진속의 바다 하늘 나무 길들, 그녀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등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아, 그곳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곳이구나, 싶었다.
그녀는 지난번 찰스 황태자가 왔을 때 바로 앞에서 그 사람을 보게 됐는데 그 사람이 고갤 숙일때 보니 뜻밖에 대머리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더니, 그 말끝에 김치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 놓았다.
몹시 앓아 누웠던 적이 있었는데, 생각에 맛있는 김치를 흰쌀밥에 얹어 먹으면 몸이 나을 것만 같더란다. 거기에서 우리나라식으로 식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김치에 밥을 지어 먹는 걸 참고 있던 중이었다고 했다.
날이 밝자 부리나케 먼데 장에 나가 김치거리를 사와 밥을 지어 양껏 먹는데 괜한 눈물이 쏙 나오더라고. 지금껏 그렇게 밥과 김치를 많이 먹어보긴 처음이었다고 했다.
사람은 눈 앞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질 지 모르지만 김치는 눈 앞에서 멀어지니 마음이 찾더라나, 하면서. 그렇게 실컷 먹고 나니 아픈 몸이 낫는 것 같더라고 했다. 덧붙여 하는 얘기가 짐을 챙길 때 어쩌다 끼여 들어온 테이프 중에 우리 옛날 가요가 담긴 게 있었는데 거기에서 아침마다 일어나면 그 테이프부터 먼저 틀었다고도 했다.
다시 떠날 때는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 양념거리들 중심으로 짐을 챙길거라는 그녀 앞에서 그녀가 다시 떠나기 전에 김소희의 구음이라든지, 단가들, 새타령이나 정선아리랑, 배호나 장현 심수봉의 테이프를 몇개 챙겨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신경숙·소설가>신경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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