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위한 농협 원성소리 높아”/검찰,고발·투서 분석 혐의확인 한호선농협중앙회장이 4일 비리혐의로 검찰에 전격 소환됨으로써 수십년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농협이 전면적인 사정 수사의 도마위에 올랐다.
농협의 누적된 비리에 대한 검찰의 사정 수사는 『농민이 아닌 농협 간부들을 위한 농협』이라고 비난받아온 농협조직의 구조적 적폐에 메스를 가해 「환골 탈태」를 이룰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김태정중수부장은 이날 『농·수·축협의 비리에 대한 농어민들의 원성이 높았고 단위조합장 선거과정에서도 탈법사례가 빈발해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농협의 인사, 납품, 유통등 모든 분야에 걸친 농어민들의 고발 투서를 정밀 분석, 오랜 내사를 벌여 한회장등의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잡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상오 전격적으로 한회장을 시내 모처로 소환, 혐의 사실을 추궁하는 동시에 경기 충남·북 지회장을 대검 중수부로 소환해 한회장의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 내는 「전격 작전」을 펼쳤다.
검찰은 또 법원의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한회장이 비자금을 관리해 온 중앙회 명의 농협통장 2개를 압수, 혐의를 확인하는 빈틈없는 수사를 했다.
김태정중수부장은 이날 아침 한회장의 소환사실은 숨긴 채 『지회장들과 중앙회 간부들을 조사해 한회장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소환하겠다』고 연막을 쳤다. 이는 한회장의 소환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엄청난 파문이 일고 범죄 혐의확보등에 지장을 줄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번 수사에 이처럼 전례없이 단호하고 빈틈없는 자세로 나선것은 국회 돈봉투 사건등 최근의 사정수사에서 검찰이 소신있게 검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단숨에 씻으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은 『검찰은 지난해 사정수사과정에서 「표적 사정」등 여러가지 시비에 휘말려 사정의 성과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농민등 민생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정 수사에 주력하겠다던 검찰 지휘부의 약속을 상기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같은 「민생 사정」의 첫 작품으로 농협 비리를 선택한것은 최근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중간상의 횡포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면서 농협에 대한 원성이 고조된것과 관련이 깊다는 후문이다.
또 최근 어민들이 집단 상경, 수협중앙회로 몰려 가 보조금인상을 요구하다 수협간부들이 넓다란 사무실에 호화집기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항의, 시위를 벌인 사태도 농협과 수협등에 대해 사정의 칼을 뽑는것을 재촉한것으로 알려졌다.【김승일·이태희기자】
◎한호선 회장은 누구인가/정통 농협맨… 90년 민선회장에/“농민대변” 제네바서 UR시위도
한호선농협회장(57)은 농협서기에서 출발, 회장이 된 정통 농협맨으로 알려져 있다.
원주농고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뒤 지난 62년 공채 1기로 농협에 입사, 강원 양구농협의 말단서기로 출발한 그는 27년만인 90년 4월 농협중앙회의 첫 민선회장에 당선됐다.
농협의 지도과장·조사역·서울시 농협상무·중앙회이사·부회장등을 두루 거친 한회장은 상호금융 창설과 연쇄점사업의 실무주역으로 영세이동농협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했고 80년대초 6백여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며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농협중앙회 재건에도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협내에서는 「뚝심있는 회장」으로 보스기질의 의리파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주의주장이 강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과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7백만 농민의 대변자로 자처하는 한회장은 쌀개방을 반대하고 범국민서명운동을 벌여 43일만에 1천3백만명의 서명을 받아내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지난해 말에는 농민대표들과 함께 제네바에서 농산물시장개방 반대시위를 했다. 특히 UR파고에 대응해 「신토불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기도 했다.
민주적 농협운동 추진을 주장해온 그는 농협을 근대화된 유통조직으로 만드는데 가장 역점을 둬 직판이나 직거래를 활성화시키기도 했으나 유통과정에서의 부조리를 척결하는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그는 농협의 고질적인 비리인 단위조합장선거의 부조리를 발본색원하기 보다는 이를 오히려 자신의 세력확장에 이용하려 함으로써 수사당국의 철퇴를 맞는 계기가 됐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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