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도 대내외 과시 신호탄/의회 더강경… 일부선 “엄포용” 슈퍼 301조의 부활은 과연 무역전쟁의 개시를 알리는 미국의 선전포고인가.
클린턴미행정부가 3일(미국시간) 통상법 슈퍼301조를 행정명령을 통해 발동시킨것은 그자체로서 세계교역질서 재편을 주도하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최고 1백%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할수 있도록 돼있는 이 법안은 당장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상품이 가는 길을 막는 모든 장애를 힘으로 제거해 버리겠다는 이른바 「미국주의적 발상」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미키 캔터 미통상대표부대표는 이날 슈퍼301조의 부활을 공식발표하면서 『그 누구도 시장개방과 무역확대를 위해 계속 전진하는 우리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될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정부는 슈퍼301조 발동에 따른 구체적 후속조치로서 이달말 미국산 상품및 서비스분야 수입을 가로막는 외국의 무역장벽에 관한 포괄적인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9월30일에는 시장개방 확대를 희망하는 「우선개방요구대상국」을 지정하며 그로부터 21일이 지나면 이들 「대상국」의 불공정무역관행은 슈퍼301조에 따라 미통상대표부(USTR)의 조사대상이 된다. 나아가 이들 해당국가가 12∼18개월에 걸친 쌍무협상후에도 상황개선을 거부할 경우, 결국 최고 1백%까지의 보복관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강경조치는 다분히 엄포용이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많은 경제분석가들은 『미국은 실제로 물기(BITE)보다는 짖어대는것(BARK)으로 그칠 수밖에 없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메리칸대의 스테판 코헨박사는 『이번 조치는 실제로 「슈퍼」가 아니며 겁낼 것도 없다』면서 『슈퍼301조의 80%는 상징적인 것일뿐, 나머지 20%만이 실행력이 있는것이다』라고 단언했다.
더욱이 미국이 일본을 무작정 짓밟는 것으로 얻는것보다 이로 인한 미일관계의 상당한 후유증을 감내해야 하는등 경제외적인 측면에서 잃는것이 많을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클린턴정부의 슈퍼301조는 그 효력이 실제로 행사되기보다는 발동자체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것 같다.
하지만 무역장벽을 철폐하려는 미국의 접근노력이 사실상 미의회의 주도로 전개되고 있는 현실은 슈퍼301조 부활에 이어 고강도의 보복안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한다. 보호주의 색채로 무장한 미의회는 교역국들에 대해 공격적인 통산전략을 표방하고 있으며 클린턴 행정부도 원칙적으로 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보복안으로 불리는 금융서비스공정거래법안은 의회심의중인데 금년회기중 제일 먼저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은 금융시장개방이 불충분하고 미금융업체들의 해외현지업무를 제약하는 국가들의 미시장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밖에 행정명령으로 발동한 통상법 슈퍼301조도 2년이나 5년연장이 아닌 영구연장을 규정하는 쪽으로 「뉴슈퍼301조」부활 법안을 통해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서비스·지재권등 파상공세 불보듯/한국영향/89년 처음발동때도 개도국들에 파편
클린턴미행정부가 3일(현지시간) 부활키로 결정한 슈퍼301조는 일단 그 첫번째 공격목표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부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슈퍼301조의 부활을 맞아 미행정부의 진짜 속셈과 사태추이 및 국내 파급영향을 분석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공자원부관계자들은 4일 상오 『아직 미국의 공식발표가 없는 단계여서 향후 파급영향에 대해 예단을 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상공부는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흑자가 겨우 2억달러에 그칠만큼 한미간 무역균형을 보이고 있으므로 무려 6백억달러까지 역조가 악화된 미일관계와 동일선상에서 대응할 상황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9∼90년 미국이 슈퍼301조를 처음 발동했을 때 한국 브라질을 비롯한 개도국들이 파편을 맞은 적이 있다. 이날 상공부 통상관계자들이 「우려」수준으로 말을 아끼면서도 근심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도 89년 우리나라가 치른 홍역이 새삼스레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슈퍼301조의 힘으로 일본을 제압하고 나면 중국 대만 한국등의 순서로 타깃을 옮길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한미간에 무역통계 방식이 서로 달라 미국은 지난해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23억달러가량 적자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달 열린 한미경제협력대화(DEC)를 통해 통신 교육등 9개업종의 개방일정 단축, 유통업의 투자제한 철폐등을 요구하며 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슈퍼301조 부활을 등에 업은 미국이 앞으로 금융등 서비스개방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강화, 자동차시장 개방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파상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많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공부는 슈퍼301조 부활국면을 맞아 일단 방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DEC를 통해 상호이해를 확대하고 이미 공표한 국제화일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며, 미국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작성할 때 우리 입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데 통상노력을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슈퍼301조 부활로 미일 무역분쟁이 가속되고 엔고가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자동차·반도체등 일부 품목에서 우리나라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힘의 논리」를 휘두르는 미국에 대해 전체 수출의 23%를 의존하는 처지여서 경쟁국인 일본에 떨어진 포탄을 「강건너 불」보듯 할 수 없는 옹색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유석기기자】
◎슈퍼301조란/불공정판단때 상대국 모든상품 무차별 관세부과
슈퍼301조는 미국의 교역상대국이 무역관행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해당국가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보복을 가할 수 있는 행정명령이다. 슈퍼301조는 특히 미국이 지목한 국가의 통상관련 법이나 정책 관행등을 모두 겨냥할 수 있어 미국의 다른 301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종의 대외통상압력용 무기인 셈이다.
301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미국의 대외압력용 통상법은 세가지다. 일반적인 301조가 있고 슈퍼301조와 스페셜301조가 있다. 하나같이 외국의 불공정무역관행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세 법안은 적용대상이나 위력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301조는 업계가 특정국가의 특정사안이 불공정하다고 제소하면 정부가 이를 조사해 해당국가의 해당사안에 대해서만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 슈퍼301조나 스페셜301조는 보복의 강도나 적용대상, 절차등에서 301조보다 훨씬 강도가 강하고 광범위하다. 단 적용대상이 스페셜301조는 지적재산권분야에 한정되는 반면 슈퍼301조는 통상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 대해 적용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은 매년 3월 작성하는 「불공정관행에 대한 연례보고서」(NTE)를 토대로 불공정국가로 지목된 나라중 정도가 심한 국가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 상대국과 협상을 벌이고 상대국의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미무역대표부가 나서서 미국에 수출되는 해당국의 전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등 무차별적으로 보복한다. 따라서 슈퍼301조에 의해 PFC로 지정되는 순간부터 해당국의 대미수출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된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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