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회견내용 싸고 시비도/북 기자 “김달현 화학공장에서 일” 3일 판문점 우리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2시간 가까이 열린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제4차 실무대표접촉은 사실상 한발짝의 진전도 보지 못한채 도리어 후퇴한 형국.
북한측이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요구사항들을 제기해옴에 따라 쌍방 대표들은 간간이 언성을 높이면서 논쟁을 벌이는데 회담시간을 소진.
○…북한측 박영수단장은 김영삼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1백일 회견에서『핵무기를 가진 자와는 악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지난 25일 취임1주년 회견에서『핵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김일성주석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을 갑자기 바꾸었다면서 도대체 어느쪽이 진의냐고 시비하고 앞선 발언에 대한 취소를 요구.
송대표는 이에 대해 언성을 높이면서 『태도가 모순된 것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을 제의했다가 이제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북측이 아니냐』고 논박.
북측은 요구사항들이 특사교환의 전제조건이냐는 우리측의 추궁에 전제조건은 아니나 필요불가결한 것이고「빗장」이라고 응답.
○…북한측은 절차문제토의를 지연시키면서 『모양새 갖추기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우리측 이영덕부총리의 발언을 여러차례 빗대며 이용하기도.
박단장은 회담에 앞서『요즘 남측에서는 모양새 갖추기 회담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이 나오고 있는 것같다』고 운을 뗀뒤,본회담에서는 『우리측이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는 이유가 바로 특사교환이 「모양새 갖추기」대화로 끝나지 않고 의미있는 대화가 되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
○…이에 앞서 회담직전 기자들앞에서 가진 서두발언에서는 북한측이 과거 어느 실무접촉 때보다도 유화적인 발언을 거듭, 일각에서 섣부른 기대가 일기도. 우리측 송대표가『지난해10월 접촉을 중단하고 3월에 재개했으니 겨울이 시작될 때 헤어졌다 끝난뒤 다시 만난 셈』이라고 말머리를 꺼내자 북측 박단장은『한 절기를 허송세월했으니 민족으로선 큰 시간을 낭비한 셈』이라며『오래 끌것도 없으니 오늘 접촉을 끝으로 특사교환을 합의하자』고 맞장구.
○…취재를 나온 북한기자들은 지난해 12월 국가계획위원장직에서 해임된뒤 거취가 알려지지 않아 우리측 기업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김달현전부총리에 대해 『화학공업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 그가「2·8비날론공장」의 지배인으로 좌천됐다는 설을 뒷받침. 이들은 『북조선에서는 중앙의 중책을 맡다가 「조동」(자리이동)돼 지방기업의 기사가 되는 일도 많다』고 부연.
기자들은 또 『김용순대남담당비서는 제역할을 하고 있으며 김영주부주석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해 이들중 한 사람이 특사가 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회담을 마친 쌍방대표들은 회담전과는 달리 모두 굳은 표정. 북측 박단장은 차에 오르며 『오늘 타결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성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한마디. 이에 반해 우리측 송대표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면서 『현재로서는 북한측 특사교환의 조기실현의지가 희박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판문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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