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독자적으로 마련해 연차적으로 시행키로 한 입시제도개혁안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 하다. 획일적인 입시제도에 젖은 폐쇄적인 고정관념의 시각에서 본다면 너무나 개방적이고 다양하며 파격적인 내용들이 많아 우리 현실에서는 시기상조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선진국 입시제도에 근접한 아주 발전적인 제도여서 성공적인 정착에 거는 기대가 크다. 5년 이내에 본고사를 폐지하고 수능성적과 고교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는 개혁의 기본방향은 매우 바람직스러운 것이며 획기적인 용단으로 평가할만 하다. 수능시험과 중복되는 본고사시험으로 수험생에게 괜한 2중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본고사출제경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고교교육의 파행을 대학이 자행하지 않기 위해 본고사를 폐지함으로써 고교교육 정상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는 여타 대학에서는 감히 기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3천여개의 대학이 있지만 본고사시험을 쳐 학생을 뽑는 대학은 없다. 본고사를 쳐서 학생을 뽑아야만 학생선발권이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우리 대학들의 잘못된 자률권 개념을 바로잡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서도 그 의미는 적지않은 것이다.
95학년도 입시에서부터 가정이 어렵거나 교육환경이 나빠 사장되는 농어촌학생들을 특별전형, 소외계층 자녀들에게도 대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도 대학의 사회참여 기능을 나름대로 강화해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연차적으로 시행할 우수고교추천제·자기추천제·교역자추천제 도입은 학생선발의 문호를 다양화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지만, 추천제가 통용되는 신용사회로 가는 길을 앞당길수도 있다.
연세대 입시제도 개혁안의 근본취지는 내신등급·수학능력시험·본고사성적을 계량화하여 학생선발을 하는 현행제도로는 지적 영역에 대한 평가에만 국한돼 특출한 재능과 개성이 있는 학생선발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선발도구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과감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시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교육당국과 일선고교가 먼저 해야할 조건이 있다.
그 첫째는 고교의 내신평가가 지금처럼 학력평가에 그쳐서는 안된다. 특별활동·봉사·리더십등 전인적 평가체제가 확립돼야 한다. 두번째는 수학능력시험이 학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고 적성까지도 가늠할 수 있도록 출제수준이 향상돼야 한다. 셋째는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적인 학생선발기준을 인정, 입학정원·선발방식·선발시기등을 정하는 것을 대학에 일임, 간섭을 최소화해야 가능하다. 한 사학이 하는 제도개혁이라고 무관심해서는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여건마련에 당국과 일선학교 그리고 사회가 협조, 발전된 입시제도의 정착을 앞당길 수 있게 하고 많은 대학에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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