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관계법협상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통합선거법의 「재정신청제」 논란을 지켜보며 검찰은「속병」을 앓았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후보자가 직접 법원에 공정한 심판을 요구할 수 있는 재정신청권을 부여하자는 이 논란은 기본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검찰은 겉으로 내놓고 말은 못하면서도 『선거법위반사범처리에 이의가 있을 경우 항고 재항고 헌법소원등 기존제도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이제 문민시대에 어떻게 검찰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있겠느냐』는 푸념까지 늘어놓고 있다.
14대 대선 당시 선거법위반사건의 불기소율이 민자당 62%, 민주당 57%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도 검찰이 자신있게 제시하는 반증의 하나다.
검찰관계자들은 재정신청제가 도입되면 선거쟁송이 장기화될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공소시효도 6개월∼1년으로 짧게 하고 재판도 1년내에 끝내도록 한 법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관위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민자당의 타협안은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결정을 불신하는 우스운 모양이 된다고 볼멘 소리를 했었다.
『재정신청제가 도입되면 선거후 1년간 뒤치닥꺼리를 하느라 검찰과 정치권이 모두 허송세월을 해야 할 것』이라고 미리부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분명 수긍이 가는 구석이 없지 않은 얘기들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처럼 「비생산적」요소를 지닌 재정신청제를 야당이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하려 하고, 여당도 이를 외면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를 스스로 물어 보아야 한다.
아무리 통계수치를 들먹이며 항변하더라도 검찰이 역대선거에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했다고 믿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재정신청제도입은 결국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푸념에 앞서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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