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등 문제삼아 전망 불투명/“변함없는 3단계회담 전제”에 기대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제4차실무접촉이 3일 개시됐으나 실무협의는 전혀 못하고 『9일 다시 만나자』는 합의만 이룬채 끝났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으며 오히려 두가지 「장벽」을 새롭게 가설하고 나섰다. 다만 이번 접촉에서 남북양측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남북한이 특사교환을 해야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이 문제를 미북간의 협상문제에서 남북간의 협의문제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성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측은 이날 『우리의 특사가 평양을 먼저 방문해도 좋으며 조건과 의제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북한측이 굳이 이날의 접촉을 「무위」로 이끈 배경과 관련, 『4개월만의 첫대좌에서 북한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만큼 9일의 5차회의를 지켜보자』는 「기대론」과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에만 관심이 있을뿐』이라는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이날 대응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남북대화의 또다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더욱 다져야한다는 방침을 세우고있다. 남북대화 자체가 지난달 25일 미북간 뉴욕접촉의 합의로 재개됐다는 대목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자신들이 그동안 세차례의 실무접촉에서 주장했던 핵전쟁연습중지와 국제공조체제중지를 그대로 주장했으며 패트리어트미사일 반입중지를 요구하는 한편 김영삼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기까지 했다. 우리정부가 이날의 회의시작과 동시에 팀스피리트(TS)훈련 「중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이 핵전쟁연습중지를 들고나온것과 김대통령의 발언을 새로운 문제로 거론한데 대해 정부는 다소 당혹해 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한이 미북간의 뉴욕접촉에서 「이해」가 됐던 패트리어트미사일 문제를 특사교환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대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것이다. 또 『핵무기를 가진자와 악수하지 않겠다』거나 『TS훈련이 폐지되더라도 다른훈련으로 대체할수있어 우리의 안보에는 이상이 없다』는등의 김대통령 발언을 꼬투리잡아 『이날 발표한 「TS중단」이 의미가 없다』며 핵전쟁중지를 주장한것은 그들이 애초부터 남북대화에는 관심이 없고 미북수교에만 관심이 있음을 입증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들을 만들어 내어 회담실패의 원인을 미북간의 합의외에서 찾아보겠다는 의도로 보고있는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의 대좌만이 아니라 특사교환을 위한 실질적인 대화의 진전이 있어야 「TS훈련 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것이며, 오는 21일로 예정된 미북3단계고위급회담이 개최되려면 최소한 한차례의 특사가 서울이나 평양을 다녀가야 한다는 것이 미북간의 합의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기대섞인 시각도 적지않다.
미국은 일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개시됐고 남북실무접촉이 시작됐으므로 이날밤(현지시간 3일아침)3단계회담등에 대한 북한과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마저도 특사교환을 전제로 효력이 발생하는것인 만큼 북한이 자신들의 최종목표인 미북관계개선을 포기하지않는 이상 남북대화에서 뒤로 버티기만 할수는 없을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이날 회담이 무위로 끝남으로써 남북실무접촉과 특사교환을 위한 시한은 「3일부터 21일까지」에서 「9일부터 21일까지」로 순연됐다. 이날 회담에서 북한이 꺼내놓은 선결조건들이 북한이 버릴수없는 카드라면 21일로 예정된 미북간의 3단계회담은 그 논의에서부터 새롭게 시작될 수밖에 없을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조건부이지만 모든 「마지노선」을 일괄제시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건 해지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있다.
오는 9일의 5차실무접촉은 IAEA의 사찰이 절반정도 진행됐을 때이며 따라서 사찰팀의 중간보고서가 IAEA와 미국측에 전달될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시기는 『IAEA의 핵사찰이 만족스럽게 진행되느냐』와 『남북간의 실무접촉이 성과가 있느냐』라는 전제조건의 이행여부를 가늠하는 마지막 분수령이 될것이며 따라서 북측의 마지막 카드가 주목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정병진·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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