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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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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와 김동원씨는 일체다. 우리 신극사에 그가 없었다면, 마치 주연이 빠진 연극과 같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삭막하고 맹물처럼 싱거운 느낌을 받는다. 「배우」의 전성기는 지났어도 「무대인생 60년」의 후광은 오히려 더욱 빛난다. 이제 주역은 정든 무대를 서서히 내려와서 객석으로 사라져가려 한다.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은퇴공연중인 김동원씨의 연극인생은 배우로 시작해서 배우로 끝나간다. 「이성계의 부동산」에서 마지막 주역을 맡은 것이다. 그의 배우립지는 일찍 학생시절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광대니 창우니 하며 천시와 눈총을 받던 시절이다. 그러나 만년의 배우는 선망과 존경을 받는 천직의 예술인으로 남게 되었다. ◆누군가 그를 가리켜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라고 말했다. 이 말을 격하시키려 함이 아니다. 아무래도 적절치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바꿔 말하라면 「한국의 김동원」이고 「한국연극의 햄릿」이 옳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관심은 어떤 역을 어느 배우가 맡느냐는 것이다. 같은 작품이라도 배우가 다르면 또다른 연극이 태어난다. 극단 신협을 기억한다면 한국의 햄릿은 젊은 날의 고뇌의 상징으로 기억에 살아있을 것이다. ◆「춘향전」 「별」 「원술랑」과 같은 사극에서의 모습은 햄릿과 또다른 한국적 「청춘」의 인상을 새겨 놓았다. 역시 한국의 광대이고 한국이 낳은 배우다. 그의 무대인생은 단조로울 만큼 외길이다. 인기의식보다 천직과 프로의식이 저만큼 앞서 있었다. 절정기의 인기라면 오늘 어느 연예인이 감히 넘볼 것인가. 그러나 결코 인기엔 연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자랑스럽고 사랑할 배우가 있음을 기뻐한다. 이것은 예술적인 축복이다. 무대를 고별하는 명배우의 공백이 허전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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