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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고기」 해외시장개척 총력/미 돼지·닭고기산업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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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고기」 해외시장개척 총력/미 돼지·닭고기산업 실태

입력
199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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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촉진 자조금 3천만불 조성/닭고기생산 기업화… 회사-농가 계약사육 미국은 기후상 잘 안되는 열대농산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농축산물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대부분 공업분야의 것이고 농업분야에서는 엄청난 흑자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한국 국내 돼지고기값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시세의 1.6배, 닭고기는 1.9배다.

 미양돈업계는 한국에 대한 냉장돼지고기 수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에서 이루어진 95년에서 97년 6월까지 쿼타제 수입허용, 97년 7월부터 수입자유화라는 합의에 크게 고무돼 있다. 미국의 전국양돈협회는 UR협상 타결이 수출확대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육류수출협회(MEAT EXPORT FEDERATION)와 긴밀한 협조하에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상품전시회등을 통해 미국산 돼지고기를 홍보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미국내 시장에서 쇠고기를 제칠 정도로 소비량을 급속도로 늘려온 닭고기쪽도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쪽에서 육류수출협회를 조직해 해외시장개발에 성공한 점을 감안, 지난 91년 닭고기 및 계란수출협회(US POULTRY AND EGG EXPORT COUNCIL)를 조직하여 체계적인 수출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닭고기는 지난 92년 1인당 국내소비량이 30.3㎏에서 지난해 31.1㎏으로 늘었으며 올해에도 32.5㎏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닭고기에 밀려 지난해에는 23.6㎏을 기록했으며 올해 23.2㎏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시세와 우리 국내시세의 차이가 아직 쇠고기처럼 크지는 않지만 미국현지의 움직임을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어지간한 미국농가의 규모 자체가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데다 급속도로 대기업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업계는 지난 85년에 제정된 「돼지고기 소비촉진과 연구 및 소비자 정보법」(PORK PROMOTION, RESEARCH AND CONSUMER INFORMATION ACT)에 따라 새끼돼지 및 비육돈을 거래하거나 외국에서 돼지고기를 수입할 때마다 그 가격의 0.35%를 회비로 떼어낸다. 전에는 0.25%였으나 지난 91년 12월부터 할당비율을 늘린 것이다. 이렇게 거둔 돈은 돼지고기 소비 및 수출촉진을 위한 홍보·로비활동에 사용된다. 지난해에는 모두 3천만달러(2백40억여원)가 걷혔다.

 일리노이 아이오와 인디애나주등 미국의 돼지고기 사육농가는 대개 복합영농을 한다. 옥수수나 콩같은 작물을 키우면서 돼지를 함께 키운다. 직접 재배한 값싼 곡물을 돼지에게 먹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어지간한 농가는 자체 사료공장을 갖고 있을 정도다.

 미국 돼지고기 업계는 최근 닭고기에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돼지고기는 또 다른 백색육」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판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쇠고기와 같은 「적색육」이 아니라 닭고기와 같은 「백색육」이라고 선전하면서 지방분 흡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닭고기 생산은 철저한 기업화가 특징이다. 미국 닭고기 업계는 65개 양계회사가 시장을 차지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직영종계장에서 낳은 알을 직영부화장에서 깐다. 이 병아리를 농가에 공급해서 키우게 하는 것이다. 업체는 자체 사료공장을 갖고 있어 제때에 농가에 사료를 공급 해준다. 기술지도도 수시로 해 준다. 농가는 땅과 시설과 인력만 제공하면 된다. 양계시설은 회사에서 직접 해주거나 자금을 융자해주기도 한다. 생산구조가 이들 메이저 업체를 통해 수직계열화돼 있는 것이다.

 회사와 농가는 사육계약을 맺는다. 농가는 한마리 키워주는 데 얼마 하는 식으로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는 각 농가별 생산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해 평균보다 좋은 실적을 낸 농가에는 보너스를 주는 식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한다. 농가는 출하날짜를 회사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회사에서는 이 날짜에 맞춰 닭을 도계장으로 실어간다.

 미국소비자들은 닭고기 중에서는 가슴살을 최고로 친다. 반면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좋아하는 다릿살은 값이 떨어진다. 따라서 닭고기 수출이 본격화되면 미국은 이래저래 좋은 것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국내생산만을 놓고 보면 우리가 미국보다 앞설 게 거의없다. 종자와 사료를 거의 외국에 의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육질과 생산비에서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시세가 싸다 해도 운송비등 수출에 따르는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가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축협 미국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생산규모의 경제화를 통해 시설개선 인건비 절감등으로 생산비를 30∼40%만 낮추면 고기의 신선도에서는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것이다.【워싱턴=유승호기자】

◎덴버 인공수정 종우전문목장 「매그니스」에 가다/얼룩어미소옆 누런송아지 “눈길”/고기소「리무진」 전문생산… 종자소로 팔아

 취재진이 탄 차가 목장 안으로 들어서자 소들이 신기한듯이 사람구경을 한다. 얼룩배기 홀스타인 젖소와 그 옆에 붙어선 누런 송아지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어떻게 얼룩소에서 누런 새끼가 나왔을까. 안내자의 답변은 이랬다. 『홀스타인은 대리모다. 누런색인 리무진 순종 수소와 암소의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해 만든 태아를 이 얼룩소인 홀스타인 젖소의 자궁에 이식해서 낳은것이다』

 덴버 북쪽 소도시 플래츠빌의 「매그니스목장」. 이 목장에서는 매년 이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4백여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난다. 지금 뛰노는 놈들은 모두 3백50여마리. 어미소가 1천여마리다. 이중에서 순종 리무진 수소가 75마리, 암소가 2백마리, 나머지는 홀스타인 대리모다.

 두수가 꽤 많은데도 땅이 하도 넓어 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목장넓이는 2천에이커(2백45만여평). 목장과 목장 사이를 잇는 차도등을 빼면 소 한마리가 1에이커(1천2백여평)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매그니스목장은 고기소인 리무진 순종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앵거스나 리무진같은 유명한 품종은 매그니스목장처럼 종우 전문목장이 따로 있다. 목장이라기보다는 회사인 셈이다. 이 넓은 목장에 인부라고는 관리직 3명을 포함해 7명밖에 안된다.

 목장은 크게 갓 태어나 7개월이 될때까지의 송아지를 키우는 곳과 7개월 이후의 중소를 키우는 곳으로 나뉜다. 송아지는 홀스타인 어미의 젖을 빨며 따라다니고 중소들은 방목상태로 자란다. 목장 중간을 흐르는 시냇물을 마시고 언덕빼기와 비탈을 마음껏 뛰어다닌다.

 이곳에서 자란 소들은 일반 목장에 종자소로 팔린다. 목장 관리인인 웬델씨(35)는 『보통 어지간한 비육우 한마리가 2천달러인데 이곳에서 나온 종자소는 9천달러를 호가한다』고 말한다.

 일반 목장에서는 이들 순종목장에서 나오는 우량품종을 사서 나름대로 교배를 시킨다. 상업용으로 파는 고기는 순종보다는 잡종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종이 좋지 않으면 결코 좋은 잡종소가 나올 수 없다. 그런만큼 이러한 순종목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매그니스목장은 와이오밍주 새라토가에도 3천에이커 규모의 리무진 목장을 갖고 있다.

 이 목장은 바로 옆에 붙은 「콜로라도 제네틱스」 인공수정회사에서 처리한 리무진 순종의 수정란을 홀스타인 암소에 이식한다. 대리모로 홀스타인을 쓰는 이유는 새끼에게 먹일 젖이 풍부하고 젖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순종전문 목장들은 매년 봄이면 소전문잡지에 순종판매광고를 낸다. 이 광고에는 소마다 어미는 누구고 그 어미의 어미의 어미는 누구고 하는 족보와 함께 번식능력과 고기의 질, 각종 혈통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경력 등이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플래츠빌(콜로라도주)=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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