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육사 졸업식/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육사 졸업식/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3.04 00:00
0 0

 2일 열린 육군사관학교 50기 졸업식장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어떤 연설을 할까…』 지난해 대통령의 육사졸업식의 「연설」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문민정권 출범후 첫번째인 지난해 3월5일의 졸업식에서 김영삼대통령은 『올바른 길을 걸어온 대다수 군인들의 명예를 되찾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대숙군의 신호탄임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사흘뒤 김진영육군참모총장, 서완수기무사령관의 경질을 시작으로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등 수많은 별들이 정리됐다.

 이날 졸업식장의 사열대는 숙군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좌우에 배석한 이병태국방장관 김홍열해군참모총장 조근해공군참모총장 김재창연합사부사령관등은 새로이 기용됐다. 이양호합참의장 김동진육군참모총장은 각각 공군참모총장과 연합사부사령관에서 자리를 바꿨다. 겨우 1년만에 군의 골간이 완전히 다시 짜여졌음을 졸업식장은 새삼 실감케 했다.

 그래서 많은 참석자들은 대통령의 연설에 또다른 신호탄이 숨어있는지 찾으려 애썼다. 대통령은 『군의 변화와 개혁은 밖으로부터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필요와 판단에 의해 스스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징후는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청운의 꿈을 안고 군문을 들어서는 생도들의 장도를 축하하는 엄숙한 의식이 연설의 정치적 행간을 읽는 자리가 된 감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의 의미와 무게가 워낙 무겁게 반영되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불행하게도 육사졸업식은 세간에 온갖 억측을 낳은 사건을 기록한 적이 있다. 5공때 졸업생도들의 김복동교장 헹가레, 6공때 민병돈교장의 북방정책 비판은 모두 졸업식의 의미를 퇴색시킨 후유증을 낳았다. 군부정권 내부갈등의 소산이었다. 문민정권의 첫 육사졸업식은 이러한 군부의 갈등을 청산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졸업식은 앞으로도 아무런 의미도 해석도 담기지 않는 순수한 축하의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