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다툼·외형부풀리기 등 “과열” 은행들이 환투기에 몰두하고 있다.
외환시장규모가 급팽창하고 국내외 환율이 심상치않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올들어 은행들이 외환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성 원―달러 거래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투기거래가 외환시장의 속성이기는 하나 시장여건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외형부풀리기」 「시장주도권잡기」식의 투기거래는 결국 「환리스크」를 증대시켜 은행수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외환시장의 은행간 하루평균 원―달러 거래량은 현물환 9억3천2백만달러, 선물환 11억6천3백만달러 등 총 20억9천5백만달러를 기록, 사상최대치인 올1월의 18억7천6백만달러(현물환 8억6천9백만달러, 선물환 10억7백만달러)를 가볍게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하루평균 원―달러 거래액보다 76%, 92년에 비하면 4배이상 늘어난 규모이다.
이처럼 외환거래가 급팽창한 것은 올들어 수출입물량증가로 기업의 달러결제수요가 늘어난데다 외국인주식자금·해외채권 등 외화유입도 꾸준히 증가한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외환시장의 팽창속도는 기업의 달러결제수요 증가속도를 몇배나 앞지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많은 해외자금이 쇄도해도 외환시장규모를 작년보다 70%이상 부풀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시장팽창의 근본원인은 외환시세차익만을 노린 은행들의 투기성 원―달러 거래가 급증한데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외환투기거래란 고객들의 달러결제 요구없이 은행이 자체자금으로 외환시장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달러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그 차익을 챙기는 것이 그 목적이다. 수출입대금결제나 외국로열티 지급 및 송금 등 고객의 원―달러 교환요구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사는 실수요거래와 대비된다. 한 외환딜러는 『투기거래규모는 자기은행물량 외에는 알 수가 없지만 현재 은행간 원―달러 총거래중 투기거래량은 약 80%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투기거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은행의 투기거래는 언제나 80∼90%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은행간 투기거래는 원―달러 교환이 사실상 전부인 협소한 국내 외환시장에서 「주도권 다툼」 「외형부풀리기」적 양상을 띠고 있다. 외환시세예측이 잘못돼 손해를 보더라도 달러거래규모를 늘려 「최대의 외환거래은행」으로 부상하려는 「의도성 투기거래」징후가 짙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의 은행지명도가 높아져 보다 많은 달러결제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은 있으나 자칫 시장예측이 빗나갈 경우 지난 88년 무려 3백40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던 지방 G은행처럼 막대한 외환손실과 부실을 초래할 위험도 높다.
이처럼 은행간 외환투기거래가 급증하자 한국은행도 지난달말 외국환은행 국제부장회의를 소집, 이례적으로 『외형부풀리기식 투기거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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