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안법 폐지 희망」 진의는(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안법 폐지 희망」 진의는(사설)

입력
1994.03.03 00:00
0 0

 『한국의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희망한다』고 한 토머스 허바드 미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의 발언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발언은 대학의 초청강연중에 나온 것이나 『미국이 폐지를 희망한다』고 함으로써 사견이 아닌 미정부의 뜻과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로서는 매우 당혹스럽고 또 하필이면 오랜만에 남북한간의 대화가 재개되려는 무렵에 이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 역시 궁금하다. 아울러 설사 우방에 대한 충고라 하더라도 「내정간섭」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1948년 건국 직후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한 마디로 한국분단의 산물이다. 이 법은 6·25동란을 거치고 그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북한공산주의의 계속된 침투 전복 혼란기도를 막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보안법은 반국가 및 이적행위등에 관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한 처벌규정들로 법치주의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논란과 함께 지난날 역대 군사정권들이 정권유지와 관련, 반정부세력탄압 등 오·람용 사례가 적지않아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87년 6·29선언이후 야당과 재야세력 등은 7·7특별선언과 공산권 붕괴 및 소·중국 등과의 수교, 그리고 남북한 유엔가입 기본합의서채택 등으로 한반도 주변정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과 민주화 및 인권보호를 내세워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북한 노동당 규약전문과 신사회주의 헌법11조 등에서 대남적화통일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폐지는 불가하나 법적용을 크게 완화, 축소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이 지난 20여년간 줄기차게 보안법의 폐지를 때로는 대화조건으로까지 내세우며 요구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보안법이 폭압적인 인권탄압의 도구라고 폐기를 주장했었는데 대북한 실무회담대표인 허바드 부차관보가 북한의 이런 상투적인 주장을 대변하는 것은 이상하다. 북한의 형법에선 국가주권전복음모죄, 테러죄, 반동선전 선동죄, 조국반역죄, 사회주의국가 반대죄 등은 사형과 전재산몰수 등 어마어마한 법규를 유지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보안법을 영구적인 법으로 보지않는다. 통일이 될 경우 또 그 이전 북한이 대남적화 남침기도를 완전 포기할 때 진정한 화해협력을 위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 여야의 합의로 국가보위와 자유민주질서유지를 전제로 하고 인권보장의 차원에서 최대한 제한적인 적용을 할 수 있는 법개정도 조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지금은 폐지시기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에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이 우방의 민주화와 인권향상을 위해 보안법 폐지를 희망한다면 그 이전 북한에 대해 김부자독재체제를 위해 주민에 대한 탄압중지와 함께 옛 스탈린시대의 그것을 모방한 형법의 개폐를 요구해야할 것이다. 정부는 이 점을 미국측에 분명히 전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