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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박정삼(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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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박정삼(메아리)

입력
199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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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코뜰 새 없는 변혁으로 특징지워지는 현대에서는 어제의 신지식도 오늘이면 낡은것이 되고만다. 숨가쁜 변화속의 삶을 살아온 40, 50대 성인들이 요즘 국민학교 1학년1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내기 동화를 보노라면 신기한 생각이 들 정도다. 어쩌면 아직도 기성세대때와 똑같은 교재도 있구나하는 감탄마저 나온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가 깡충깡충 뛰는 토끼에게 이기는 경주내기 동화는 아마도 재주만 믿는 교만보다는 근면, 성실이 더 큰 미덕이라는 가치관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동화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충북대학교 윤구병교수는 그의 교육철학에세이 『조그만 내꿈 하나』(도서출판 보리사)라는 저서에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내기동화에 내재된 비교육성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삶의 조건과 신체적 기능이 서로 다른 토끼와 거북이를 함께 경주시키는 행위는 불공정(UNFAIR)경쟁을 인정하는 것이고, 『낮잠자는 토끼가 깨지않도록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가며 지나쳐서』 경쟁에 이기는 거북이의 행태 역시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동화는 자칫 어린이들에게 경쟁적 이기적 세계관을 형성시킬 수도 있다고 윤교수는 지적했다.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을 지켜보면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내기를 연상했던 까닭은 윤교수가 지적한 불공정경쟁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스키를 배우고 눈사태로 막힌 마을 사이의 통신을 위해 크로스컨트리를 생활화해 온 북구인들과 온난지대의 한국인들이 설원과 빙판위에서 메달을 다투는 것은 아무래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선수단은 92년알베르빌올림픽때 성적인 종합10위를 이번 대회 목표로 설정하는 과욕(?)을 부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의 가호까지 겹친 쇼트트랙의 선전으로 금메달 4개, 종합6위의 기대 이상의 쾌거로 나타났다. 실내 아이스링크장 3곳, 국제규격미달의 스키장이 9곳뿐인 겨울스포츠무시설국이 동계스포츠강국으로 부상된 사실은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일 개선한 선수단들의 그동안 훈련량과 노고가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럴수록 거북이의 교만은 더더욱 금물일 것이다.

 이같은 호성적이 정부가 추진중인 2천년대초반 동계올림픽유치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새 대회의 유치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국내개최가 확정된 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99년 동계아시안게임의 준비상황이 더욱걱정되는 것도 호성적 탓이다. 내집안 장맛 본 사람이 음식흉을 보기 마련인 까닭이다.【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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