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지하철 노조와 자동차노련 시내버스 지부가 벌였던 「준법 투쟁」은 큰 파문을 던졌다. 그들은 내용적으로 태업을 한것이지만, 『우리가 법을 지키면서 일하면 이런 사태가 온다』는것을 현실로 보여줌으로써 열악한 작업환경을 강조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더 중요한것은 불법 위에 무리하게 버티고 서 있는 사회구조의 골격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것이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2월 12·13일 『전동차는 역구내에 도착한후 30초이상 정차해야 한다』는 규정대로 운행하는 「준법투쟁」을 벌였는데, 평소에 50분걸리던 구간이 1시간 20분이나 걸리는등 연발착사태가 잇달아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열차에 타려던 술취한 승객이 전동차와 승강장사이에 끼여 중상을 입자, 승객의 승하차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발차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승무원을 구속시킨데 대한 항의였다. 사고지점은 승무원의 눈이 미치기 힘든 커브길이었다는 점도 승무원들의 항의에 큰 작용을 했다.
승무원들은 그동안 되도록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기 위해 정차시간을 가능한한 줄일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억울하게 동료가 구속되었으니, 준법운행을 할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틀만에 준법운행을 중단하고, 불법운행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지하철운행을 「정상화」시켰는데, 시민들은 씁쓸한 기분으로 불법에 의지하여 정상을 유지하는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있다.
서울 부산등 6대도시 시내버스 기사들의 준법투쟁은 더욱 씁쓸하다. 그들은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2월28일 준법투쟁에 들어갔는데 과속 안하기, 정차시간 지키기, 신호위반 안하기, 차선위반 안하기, 2시간운행후 20분 휴식하기등이 준법사항들이다. 버스들은 「거리의 무법자」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거친 운전을 하고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그들이 이번에 지키겠다고 내세운 항목들을 그동안 거의 무시해왔다고 생각하면 새삼 공포감을 갖게 된다. 서울의 경우 이날 버스 1대당 6∼7회이던 운행횟수가 4∼5회로 줄어 버스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민들은 지하철과 버스의 준법투쟁을 겪으면서 발을 구르기도 했지만, 준법이야말로 우리의 교통현장에서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라는것을 절감했다.
노조들은 투쟁의 방편으로서가 아니라, 직업의식으로 준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버스들은 이번 준법투쟁을 「거리의 무법자」에서 거리질서 확립의 선도자가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와 사, 교통당국자, 시민들이 모두 준법이라는 숙제를 푸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키지 못할 법은 고치고, 법으로 정했으면 지켜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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