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지지” 내세워 개혁추진 활용… 내심 부담감/인기하락에 “지금이 적정”… 원인분석엔 소극적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초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자신과 이른바 문민정부에 대한「절대적 지지」를 즐겨 언급했다. 실제 재산공개에서 군사정, 금융실명제 전격실시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깜짝시리즈같았던 개혁바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때 90%를 웃도는 박수를 받았다.이는 곧 새정부의 성격에 부여되는 특권이자 하나의「사회적 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여론정치에 남다른 후각을 가진 김대통령이 이같은 수치에 강한 애착을 보이자 청와대와 공보처등도 틈만 나면「개혁지지 몇%」라는 동어반복적인 조사결과를 공다투듯 발표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작년 하반기부터 대통령자신이나 정부홍보파트입에서는 지지도 얘기가 쑥 들어가 버렸다.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자찬을 거듭하는게 쑥스럽기도 하고… 뭐 다 알면서 그러느냐』고 모호하게 비켜갔다.
흥미롭게도 김대통령 취임 한돌을 맞는 25일의 기자회견에서 잠깐 이 대목이 거론됐다.대통령은『솔직히 말해 취임초 지지율이 너무 높아 어지러웠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민주사회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따라서 지금 정상으로 돌아간 것이 만족스럽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질문을 감안할 때 그가 말한「정상」은 60%선 안팎의 지지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최근 실시됐던 여러 조사결과가 실제 그랬다.대통령은 또『내 신념은 인기관리를 위해 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정의롭고 국민을 위한 길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심은 상당수「상도동사람들」이 대통령의 이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표정을 지었다는 점이다.이들은 대부분 초창기 지지도의 과열현상을 부담스러워 하면서『거품같은 인기지수를 좇다보면 무리수가 나오기 쉽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물론「압도적 지지」를 문민정부의 정통성과 힘의 원천으로 삼았던 김대통령이 과연 작금의「적정지지율」을 말처럼「흔쾌히」생각하고 있는지 속단키 어렵다.하지만『개혁을 필요하다고 보십니까』등의 해답이 뻔한 물음을 던져놓고 숫자의 마력에 홀린 사람들처럼 그 결과수치를 곧바로 절대지지로 해석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당연히 지지도의 하락의미를 반추해 봐야 한다. 요즘 정치권에는 이에 대한 쑥덕공론이 한창이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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