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현재론 불고려”·남장관 “단계 추진”/“하반기 국회제출” 믿던 노동계 크게 동요 노동법 개정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 일각에서 『현재로선 노동법개정은 고려하지 않고있다』는 방침을 밝힌 지난달 25일 남재희노동부장관이 파격적이라 할만큼 전향적인 발언을 한것이 계기였다.
남장관은 이날 한국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정부가 언짢아해온 항목들에 관해 장기적으로 개정할 의사를 밝혔다.
정부일각과 남장관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정부측 발언에는 「현재로선」이란 단서가 붙어있다. 남장관도 「단계적 추진」이란 유보조항을 달았다. 정부측 단서는 「앞으로는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고, 남장관의 유보는「당장은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불고려」란 말에 무게를 두고싶어하는 쪽은 노동법 개정문제에 대해 고위층의 방침이 함축돼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눈치다.
말은 그렇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일각의 방침과 주무장관의 발언중 어느쪽 말에 더 무게를 두어야할지 몰라 동요하고 있다.국무총리의 최근발언이 남장관 말과 같은 톤이기 때문이다.
이회창국무총리는 최근 국회답변에서 올 하반기중 노동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었다. 남장관 역시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노동법개정은 기정사실이고 시기와 폭만이 문제라는게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정부일각의 발언이 있고난 후 노동계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실무는 행정부 소관사항이지만 한편에서는 노동법개정을 고려치 않고 있다고 분명히 말한 이상 제대로 일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남장관이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단계적 개정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복수노동조합금지 ▲제3자 개입금지 ▲노조의 정치활동제한 ▲공무원 노조금지등은 현행 노동법의 골간을 바꾸어야 가능한 대역사다. 조찬회에서 나온 이야기치고는 무거운 감이 없지 않으나 주무부처의 장관이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말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가까운 시일내에 실현가능한 이야기라기보다 앞으로의 대세를 말한다는 의미에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복수노조금지항목등은 국제노동기구(ILO)협약에 위배돼 ILO측의 항의를 받아왔고, 정부로서도 국제화·세계화추세에 맞춰 검토대상으로 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정부는 우리 실정에 맞춰 ILO협약중 수용가능한 부분을 연구검토해 단계적으로 수용한다는 원칙을 세워놓은 상태다.
남장관이 이날 언급한 4개항목중 노조의 정치활동제한을 제외한 나머지 3개항목은 정부가 수용불가쪽으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온 것이다. 특히 공무원노조금지항목 개정부분은 극히 민감한 사안으로, 외국의 경우에도 영국정도만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협약권의 3권 모두를 허용하고있다. 결국 현재로선 남장관이 말한 4개 항목중 노조의 정치참여제한 해제만 이번 가을 정기국회에 내놓을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나머지는 현실 여건이 성숙된 뒤에나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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