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견/양사선 “경쟁력확보 최선” 최종현전경련회장은 28일 제2이동통신 지배주주선정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통신산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점을 중시, 그동안 많은 투자와 기술축적을 했고 가장 준비가 잘된 것으로 평가된 포항제철을 주도사업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회장은 『아울러 코오롱의 내실있는 경영계획과 수준높은 서비스정신이 효율적인 경영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제2 대주주로서 포철과 상호보완성을 살려나가도록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구성된 단일 컨소시엄에 대해 『국내기업에 축적된 모든 기술과 자원을 최대한 결집,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통신산업 관련기업과 참여를 희망하는 대·중·소기업이 망라된 그랜드 컨소시엄』이라고 규정했다. 또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거부권등 경영권행사에 불리한 부대조건 없이 높은 수준의 기술을 많이 수용한다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각 컨소시엄이 외국사와 맺은 직·간접계약을 모두 배제하고 주도사업자와 전경련이 협의해 결정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도사업자로 선정된 정명식 포철회장은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양보한 코오롱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전파는 국가공공자산인만큼 빠른 시일안에 시장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제 1이동통신과 동등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를 위해 『첫째 사업의 기본목표를 기업성과 공익성의 조화로 정하고, 둘째 기술과 서비스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값싸고 품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토록 할 것이며, 셋째 산학연 합동연구체제를 구성해 통신전문인력양성과 기술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찬코오롱그룹회장은 『양사가 끝까지 제 1대 주주를 고집하는 것은 자율조정의 의의를 훼손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큰 회사에게 작은 회사가 양보하기로 최종결심했다』면서 『포철과 힘을 합해 경쟁력있는 회사를 실현토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경철기자】
◎27일밤 코오롱 총력설득 “주효”/2통 최종결정 이모저모/막판까지 연막작전·철통보안/“환호” “허탈” 양사 엇갈린 반응
포철이 제2이동통신 주도사업자로 최종결정되기까지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역전에 역전이 거듭됐다. 기술력과 여론에서 앞선 포철로 굳혀지는듯하다가도 코오롱이 민간자율경영이란 명분과 영업력을 앞세워 역전시키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22일 회장단회의에서 포철 우세론이 비로소 나오기 시작했으나 주요그룹 회장들이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워 적극 반대하면서 23일 회의에선 코오롱쪽으로 방향이 선회했었다는 후문. 이에 따라 각종 루머와 주가도 엎치락 뒤치락하며 갈피를 못잡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날 주가는 개장초 코오롱그룹계열사가 강세를 나타낸 반면 포철이 약세를 보이다가도 1시간30분정도뒤인 11시께에는 코오롱주가마저 약세로 반전.
○…이동찬코오롱그룹회장의 『오늘 상오에 작은 회사(코오롱)가 큰 회사(포철)의 손을 들어주기로 결심했다』는 발언과 관련, 이회장이 「후퇴」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조규하전경련부회장과 김석원쌍용그룹회장이 27일밤 시내모처에서 이회장을 만나 「포철선정 불가피론」을 펴며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 이 자리에서 이회장은 강하게 반발했으나 이후 다른 몇몇 회장단과의 전화접촉에서 마침내 「승복」했다는 것. 또 일부에서는 정부고위관계자가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뜻을 전달, 이같은 고위층의 「충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강력한 코오롱지지자로 알려진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이 27일 중국으로 출국한 것도 바로 이런 흐름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설명.
○…조규하전경련부회장은 이동통신사업자선정을 위한 마지막 회장단회의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이웅렬코오롱그룹부회장과 조말수포철사장간에 현재도 협의가 진행중이며 회장단 회의 직전인 상오 10시50분까지는 양측이 합의를 해오도록 했다』고 말했으나 표정은 매우 밝아 이미 결정이 났음을 시사했었다. 조부회장의 연막작전과 이동통신대책반 사무실에 대한 기자들의 출입봉쇄등 보안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배주주가 포철로 기울어졌다는 것이 감지된 것은 상오 11시 가까이 전경련 회장실에 있었던 이동찬코오롱그룹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잠시 밖에 나왔던 시각.
○…제2이동통신 지배주주로 포철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포철 서울사무소와 신세기이동통신 직원들은 2년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며 온통 축제분위기. 직원들은 쏟아지는 축하전화와 언론의 문의전화를 받느라 점심을 거르거나 도시락으로 때우면서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포철은 지배주주로 확정되자 당초 이날 하오2시로 예정됐던 정명식회장의 기자회견을 체신부 공식발표 이후로 연기하기로 입장을 정리. 포철 관계자는 『정부의 최종발표 이전에 기자회견을 갖는 것은 모양도 좋지 않고 도리가 아닌 것같다』면서 『전경련 회장단과 코오롱에 감사와 위로의 인사말만 밝힐 계획』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포철의 현 경영진들은 제2이동통신 지배주주를 따냄으로써 오는 3월8일로 예정돼 있는 주총 분위기가 좋을 것으로 기대.
○…코오롱그룹 관계자들은 이날 발표가 임박할 때까지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으나 결국 포철로 확정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이동통신 사업을 준비해 왔던 한 관계자는 『몇년동안 들여온 공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라면서도 『그룹의 총력을 기울여 최선을 다했다. 경쟁에서 지더라도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것이 처음부터 회사의 방침이었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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