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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아라파트/팔 사원 참사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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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아라파트/팔 사원 참사 여파

입력
199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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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내 불만팽배 “지위 위협”/자력타개 한계… 라빈지원 필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은 아랍권에서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로 통한다. 숱한 암살기도와 반란음모로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지난 25년동안 PLO내에서 독보적 위상을 누려온 까닭이다.

  그같은 아라파트의 위상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헤브론 총기난사사건에 따른 파장으로 PLO 지도부 내부에서 아라파트의 대이스라엘 온건노선에 급제동을 걸고 나선것이다. 28일 아라파트의장이 직접 소집한 PLO의 최고의사결정기구격인 집행위회의는 아라파트의 지도력 누수현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당초 이 회의의 목적은 헤브론사태의 대응책을 토의하기 위한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아라파트의 유약한 지도력을 질타하는 성토장이 됐다. 일부 위원들은『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는데도 아라파트가 공명심을 노려 이스라엘과의 자치회담을 재개하려 한다』면서 노골적인 비난을 가했다.이미 12명의 PLO집행위원중 4명은 『현단계에서 집행위 소집은 아라파트의 온건 회유를 듣는 꼴밖에 안된다』며 회의에조차 불참했다. 결국 이날 집행위회의는 4시간만에 휴회됐다.

  아라파트의 지도력은 이미 지난해 9월13일 워싱턴에서의 팔레스타인자치선언(DOP)이후부터 심각한 균열조짐을 보여왔다. 대이스라엘 강경노선을 고집해온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등 PLO내 2,3번째로 세력이 큰 정파가 워싱턴협정이후 아라파트가 주재하는 집행위에서 탈퇴했다. 이후 서방측과의 대화통로를 맡아 온 여성대변인 하난 아쉬라위가 지난해 12월10일 대변인직을 사퇴했으며 같은달 26일에는 점령지내 파타파지도자 4명이 사임했다. 아라파트의 독선적 지도노선에 대한 반발때문이었다.

  아라파트는 이어 PLO내 지도자급 1백20명의 청원서를 받고 또한차례 급소를 맞았다. PLO내 의사결정에 관한 한 민주적인 방식을 취해야한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때문에 이번 헤브론사태와 관련, 아라파트가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67년부터 계속된 의장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다급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아라파트는 물론 PLO내 최대정파인 파타파를 세력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에는 파타파내부에서도 반대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라파트가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게 할 「열쇠」는 역설적이지만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총리가 쥐고 있는 지도 모른다. 라빈으로선 팔레스타인자치를 공동추진해 온 아라파트가 만일 권좌에서 축출될 경우 성사단계에 접어든 팔레스타인자치협정이 공중분해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라빈이 27일 각의에서 과격 유대인정착민을 단속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기로 결정한것도 아라파트의 정치적 운신폭을 넓혀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아라파트의 신변안전에 관한 첩보도 이스라엘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직·간접 루트를 통해 비밀리에 아라파트측에 제공하고 있는것으로 서방언론은 전하고 있다. 하마스,지하드등 과격단체들의 끊임없는 암살위협을 받고 있는 아라파트의 보호가 중동정세안정에 필수적이라는 이스라엘측의 판단에서이다.

  헤브론사태로 격앙된 6백만 팔레스타인 민족을 진무해 이스라엘과의 자치협정체결에 도달할지의 여부는 이제 아라파트의 정치곡예에 달린 셈이다.【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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