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며 또 채워지는 여백 우리춤의 미래를 위해 30대 젊은 안무가들을 육성해야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면 금년부터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격년제로 안무가 경연 무대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비디오 예선을 거쳐 여덟 안무가가 경연을 벌였는데(2월 24·25일 문예회관 대극장) 이들중 한 두단체가 6월에 개최되는 프랑스 마뇰레 국제현대무용 콩쿠르 본선에 참여한다.
서울과 지방을 망라한 안무가들의 작품중에서 대상은 안애순이, 심사위원 특별상은 최테레사가 수상했지만 부산·광주·이리팀의 신인 안무가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정한수」 「업」 「씻김」에 이은 안애순의 <우리 것> 모색 속의 현대무용 기법의 재발견은 수상작인 「여백」에 이르러 하나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색이 다른 천을 엇댄 옛 보자기가 무대미술로 등장하고 의상의 선을 과감하게 절단한 선미수씨의 흑백 의상, 춤의 정지동작에서 떨림과 꺾임을 강조한 안무의 새로움은 눈길을 끈다. 사라지는 것들, 그 죽음 뒤의 여백을 안애순은 춤으로 걸러낸다. 「여백」속에는 수많은 다른 시간들이 만나거나 헤어지듯 공존한다. 안애순의 불교적 발상은 슬픔에 연연하지 않고 흑과 백 백지 위에 여러가지 물감을 푼다. 예를 들자면 이윤경의 솔로(불경), 종이를 입에 문 애도행렬(굿의 형태), 팔의 뒤틀림·2인무(속죄), 독경 흑백 의상 교체(죽음과 생시)같은 장면들이다. 안애순 안무 「여백」은 그런면에서 춤언어가 <우리 것> 입맛을 돋우었다. 우리 것> 우리 것>
최테레사의 「환생의 주일」은 5인무 질주가 격렬하고 삶과 죽음을 동등하게 저울에 올려놓았는데 질주가 끝난뒤 무대 양옆 둥우리 안에서 여린 지체가 눈을 뜨는 환생이 이 작품의 열쇠나 다름없다. 태어남, 성장, 죽음, 거듭남의 반복이 춤의 정답일 것이다.
30대 안무가들인데도 이번 경연에서는 유난히 죽음의 주제가 많다. 언급한 두 작품과 김 원의 「님의 침묵」도 공중에서 끝없이 쌀이 떨어져 그 쌀로 길을 내는 아버지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생전의 불효는 안숙선의 구음으로 절정을 이루며, 김 옥의 작품 「허튼소리, 허튼춤」은 안무자가 부르는 육성이 통속적인 것을 못벗어나긴 했으나 신혼초에 잃은 남편의 환영과 만나는 비가이다.
임연희 안무 「충격, 그리고 흡수」는 지방팀 중에서는 세련미를 보여주었으나 ADF 서울 공연 때 더그바론의 안무 모방이 짙은 작품이었다. 그런면에서 최성옥 안무 「무녀의 꿈」은 독창적이긴 했지만 무속 주제가 자연이 모태일때 너무 인공미가 넘쳤다. 백치로 등장하는 김영미·박해준의 2인무가 활력을 불러넣긴 했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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