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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정갈·단아한 여인의 기품 담긴듯”(한국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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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정갈·단아한 여인의 기품 담긴듯”(한국의 미)

입력
199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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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이 쓰던 작은 경대는 손때가 묻어 윤기가 돌았다. 서랍 속에는 언제나 빗과 비녀를 비롯, 쪽집게 뒤꽂이와 분갑 손수건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가리마를 타는 할머니는 작은 거울이 달린 뚜껑을 비스듬히 세워서 앞뒤로 머리를 비춰 보았다. 동백기름을 바른 뒤 거울을 뒤집어 넣으면 감쪽같이 작은 상자로 변했다. 화장은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으로서 기품을 유지하던 방법이었다. 화장을 마친 인자한 할머니의 얼굴에 서린 화기는 어른으로서 품격을 높여 주었다.

 고려 때는 거울걸이에 걸린 거울에 비춰보면서 화장합에 든 화장도구를 썼는데, 조선사회에 들어와 거울과 화장합이 합쳐진 형태의 경대가 널리 퍼졌다. 주로 느티나무나 먹감나무로 만들어 붉은 칠을 하거나 나전무늬를 놓거나 화각 장식을 해서 안방 가구의 멋스러움을 살렸다.

 삼단 서랍이 달린 이 경대는 붉은 칠이 깔끔해서 값진 느낌이 든다. 박쥐경첩에 길상무늬 장석이 이어져 쓰는 이에게 오복을 내리도록 기원하고 있다.

 이 경대의 독특한 멋은 서랍의 네 끝부분과 경대 옆판의 가장자리 둘레에 좁은 골을 파서 검은 색을 칠한 것이다. 도드라지도록 붉은 칠을 살려주면서 장중한 감각을 돋우게 해준다. 조선후기, 높이 30.6㎝ 가로 23.4㎝ 세로 32.1㎝, 개인소장.【최성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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