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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찰 시작은 되지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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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사찰 시작은 되지만(사설)

입력
1994.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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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북한이 내달1일 핵사찰개시와 21일 3단계회담의 일정에 합의함으로써 북핵문제해결로가는 숱한 난관가운데 또 하나의 중요한 고비를 넘긴셈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막무가내의 북한으로 하여금 사찰에 동의케 함으로써 강대국의 체면을 세웠다해도 북한은 버티기작전으로 그토록 갈망했던 팀스피리트 훈련중단과 함께 장차 대미관계 정상화의 길로 이어지는 3단계회담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할수 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핵해결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 한·미양국은 북한의 태도를 계속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합의원칙에 일단수긍하면서도 불괘감과 걱정을 지울수가없다. 팀스피리트훈련은 작년 한미정상간에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되 한국이 최종 결정』키로 했음에도 미국이 협의전에 일방적으로 동의한것이다. 한국을 무시한 처사로서 정부는 이점 분명히 따지고 넘어가야한다.

 북한이 앞으로도 변덕을 부릴 가능성은 도처에 있다. 먼저 사찰을 받는 성실성 여부다. 북한은 지난 15일 핵사찰수락을 발표한 직후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은 7개핵시설중 특히 핵화학실험실과 5메가와트원전에 대해서는 배터리와 필름교체만을 강조한바 있어 완전한 통상사찰을 일찍부터 강조한 IAEA측과 어떤 마찰을 빚을지 의문이다.

 다음은 우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대화재개문제다.  북한은 남측이 제의할 경우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 응할것이라고 발표했다. 원래 특사교환은 북한의 NPT(핵확산금지협정)탈퇴선언후 한국 새정부의 남북대화 재개제의에 대해 북한이 역제의한 것으로, 작년 가을 3차에 걸친 실무접촉을 통해 특사의 교환방법과 토의의제등을 본격논의하는 도중 북한의 거부로 중단됐던 것이다. 따라서 논의재개는 당연히 4차접촉을 중단했던 북한이 통보만해도 열릴수 있음에도 「한국측이 제의할 경우…」로 한것은 특사교환―남북대화보다 여전히 대미회담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라 할수있다.

 또 특사교환을 통해서는 핵상호사찰을 비롯하여 통일및 정상회담 경제협력등을 논의할 수 있음에도 미·북합의에서 「실질적인 대화」 또는 「괄목할만하고 의미있는 합의」가 있을때 훈련중단과 3단계회담을 한다 하지않고 무조건 실무접촉을 갖는다고 한점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당연히 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남북상호사찰 이행과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한 각분과위의 정상운영을 제기해야 할것이지만 북한은 온갖 억지로 실무접촉정도로 시간을 끌거나 아예 회의를 결렬시켜 남측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북핵사찰이 실천단계에 온만큼 정부는 확고한 입장을 세워야한다. 미·북한의 공동발표는 수용하되 북한이 핵투명성확보를 위한 사찰을 기피하거나 특사교환을 통한 내실있는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3단계회담의 무기연기는 물론 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방침을 미국과 북한측에 분명히 못박아야 한다. 여기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미·북한간의 체면세우기와 실리챙기기 흥정속에 계속 국외자가 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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