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형대가 수천억대 챙긴셈/여의도 8배인 467만평 법규정상 소유권 획득/정부,나머지토지 환수나서… 법정공방 불가피 국유지 2천9백여만평을 헐값에 불하받아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유명해진 이석호씨(66)사건이 정부의 땅환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산을 이씨가 그대로 보유하고 몸은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땅을 몽땅 뺏겨 완전히 「실패한 김선달」이 될뻔 했던 이씨가 징역 12년의 판결을 받고 서울 여의도(60여만평) 8배 규모인 4백67만5천평의 토지를 건져 「옥에 갇힌 김선달」이 된 것이다. 이씨 소유로 낙착된 토지는 최소한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2년 옥살이로 수천억원대 재산을 「합법적」으로 얻게된 것이다.
재무부는 광주지방법원이 지난 17일 이씨에 대해 사기 공문서위조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의 유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국세청 전라남도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씨의 불하토지를 환수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씨가 70년대초 목포·해남일대에서 일선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관리하고 있던 국유지를 친인척명의를 이용, 싼 값으로 불하받아 빼돌린 땅은 2천9백24만평으로 여의도의 49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 모두가 원래 환수대상 토지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4백67만5천평은 법적으로 따져볼 때에도 꼼짝없이 이씨소유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유죄판결을 받은 죄목은 사기등의 혐의이지만 토지환수의 법적근거는 「국유재산법 제14조」이다. 이 조항은 국유재산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국유재산을 취득할 수 없으며 취득하더라도 무효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씨가 불하토지의 소유자를 비록 자녀등 친인척명의로 했더라도 결국 이씨 본인의 소유이므로 환수해야하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 경우에도 이씨가 당시에 국유재산관리업무에 종사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이씨가 이 업무에 종사하기 시작한 71년 이전에 취득한 4백67만5천평은 환수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돼버린 것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이씨가 아주 헐값에 국유지를 사 당시엔 돈이 거의 안들었으나 최근시가로 따질 경우 전체 불하토지는 수조원, 이씨 소유로 남은 토지만 해도 수천억원대, 최소한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머지 토지중에서도 정부가 얼마를 환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20일 현재 환수한 토지는 1백5만평이다. 정부는 나머지 토지를 돌려받기 위해 이씨와 아울러 토지소유명의자들과 소유권이전 청구소송을 벌여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곧 필요한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밖의 인력이나 예산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이씨가 자신의 사기혐의 재판에서 동원한 변호사가 6명이었으니 환수소송도 대규모의 치열한 법정싸움이 될 전망이다. 지난 17일 끝난 사기혐의 재판엔 해당토지가 55만평이었는데 이 때의 등기부등본만 해도 1톤 트럭으로 2대분이었으므로 앞으로의 소송에서 트럭 수십대분의 등기부등본이 추가로 들게 된다. 이씨는 불하토지를 자신의 2남3녀 및 사위등의 명의로 돌려놓았다. 소송결과 이씨 본인이나 친인척소유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미 제3자에게 팔린 토지도 7백87만5천평이다. 이 토지를 취득한 제3자들은 취득시효인 10년이 지났을 경우 그대로 소유권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10년이 안됐을 경우엔 도로 빼앗기는게 아니라 국유재산법상의 특례를 인정받아 매각대금의 20%만을 추가로 부담하거나 매각대금을 12년간 무이자로 분할납부할 수가 있다.
이씨가 취득한 토지중엔 홍도국립공원의 일부, 각종 문화유적지등도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80년대말 불하토지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가 전남지역의 지방의회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 수사를 받게 됐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