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대통령으론 74년이후 20년만에/청와대 “앞으론 타대학·축제도 참석” 26일 열린 서울대 93학년도 졸업식에 김영삼대통령이 현직대통령으로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참석, 문민시대를 실감하게 했다. 서울대졸업식에 대통령의 발길이 끊긴것은 지난 74년. 유신체제하에 긴급조치까지 선포됐던 당시 박정희대통령은 졸업식에서 치사를 하다 학생들의 심한 야유를 받은뒤 다음해부터 참석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이날 치사를 통해 『암울했던 시대, 여러분의 선배들은 조국의 정치적 현실에 울분과 좌절을 거듭해야 했고 시대의 상황과 양심이 대학생을 거리로 내몰았다』며 『대통령으로서, 여러분의 선배로서 이 자리에 서니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김대통령은 또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이제 대학이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치사가 10분정도 진행되는동안 학생들은 조용하게 경청했으며 『선배들의 용기있는 행동이 오늘의 문민시대를 열었다』는 부분에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의 서울대나들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문민대통령의 이미지에 맞는 가장 상징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참석하려 했으나 졸업식이 대통령취임식 바로 다음날이어서 일정이 촉박,다음으로 미룬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25일 청와대를 예방한 김종운서울대총장의 공식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은 김대통령이 앞으로 다른 대학의 학위수여식은 물론 대학축제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하오2시께 검정색 승용차편으로 서울대에 도착한뒤 행사장인 대운동장에 손을 흔들며 입장, 박수를 받았다.
검정색 코트차림에 주홍색 넥타이를 맨 김대통령은 치사를 마친 뒤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서울대의 잔칫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주어 반갑다』는 반응이었다.
서울대졸업식은 지난47년 1회때부터 해마다 대통령을 비롯한 3부요인이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국가적 행사로 치러졌으나 74년 학생들의 야유에 의한 소요사건이후 국무총리 문교부장관등이 대신 참석해왔다.
그나마 학생들이 식장에서 항의퇴장하는 일이 잇따르자 89년부터는 정부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순수학내행사로만 치러졌다.
졸업생들이 집단퇴장하는등 식장을 시위의 장으로 만들던 졸업식시위가 절정에 달한 때가 지난 87년. 당시 박봉식총장과 손제석문교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박총장이 축사를 하려는 순간 졸업생들이 한꺼번에 야유와 함께 유인물을 뿌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집단퇴장, 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88년 졸업식때도 졸업생들이 고문치사 당한 박종철군의 영정을 앞세우고 시위를 벌이며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별도의 졸업식을 갖기도 했다.【최규식·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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