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에 도전… 때론 “고독한 방황” 대중문화속의 신세대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기존의 가치와 고정관념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다. 관습적으로 자신을 규정해왔던 규범적 가치와 고정관념을 향한 그들의 돌진은 격렬하다. 신세대들은 이제「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돈다」(남성화장품 쾌남 미래파 광고)고 믿으면서「난 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외치거나「난 바로 이 세상」(롯데 실론티 광고)이라고 다짐한다.
이같은 강렬한 자기주장은 거대가치의 붕괴로 요약되는 현대의 사회문화적 흐름 속에서「자신의 삶은 주어지지 않는다」(성도어패럴 광고)는 냉철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나를 알 수 있는 건(혹은 내 삶의 주인은) 오직 나!」(아모레 트윈엑스 광고)라는 서글픈 판단으로 귀결된다.
자기를 주장하는 몸짓의 격렬함과 목소리의 톤은 신세대가 감지하고 있는 고독의 깊이에 비례한다. 존재를 추스려줄 가치와 고정관념의 상실은 신세대들로 하여금「살아 숨쉬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성도어패럴 광고)거나「나는 젊고 자유롭다」(미치코런던 광고)는 해방가를 부르게 했으나 동시에「내가 꿈꾸는 세상,그 끝은 어디일까?」(예츠 의류 광고)라는 고독한 불안을 던져주었다.
신세대의 자기주장이 고독을 잊기위한 방편이고 신세대도 어렴풋이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할때 신세대의 자기주장은 이제 맹목적인 것이 된다. 그러면 맹목적이기 때문에 신세대의 자기주장은 구호로만 그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신세대는 자기주장이나 정체성을 행동에 옮기는데 있어서도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한다.
탤런트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젊은 연기자들의 극중성격도 높은 자기주장에 따라 자신의 삶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신세대들의 표상이다.MBC TV「엄마의 바다」의 경서는 극중에서 약혼을 하고서도 다른 남자와 밤늦게 술을 마시는가 하면 기분내키는대로 약혼과 파혼을 거듭한다. 방영중인「세남자 세여자」(SBS)에 재벌의 무남독녀 세란은 부유한 환경 속에서 인생을 자신의 설계대로 끌고 나가기 위해 신입사원으로서 동료들과 거칠게 어울려 가면서 도전적인 생활패턴을 펼치고 있다. TV드라마에서 뚜렷하게 부각된 신세대 미혼여성들의 이같은 성격은「온 세상이 나의 무대인 것만 같아요」(아이엠화장품 광고)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행동화하는 전형에 속한다.
반면 자기주장을 행동화하는 대신 정체성을 진지하게 탐색하려는 모색도 표출된다.가수 김원준은 제2집 앨범타이틀을「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잡고「화려한 재미에 휩쓸려 봐도 마음은 언제나 공허」(「아무도 몰라」가사중)한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다.
행동으로도, 성찰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신세대들의 자의식은 종종 차가운 냉소를 담은 방황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영화「아담이 눈뜰때」의 주인공「나」는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그로테스크한 방황을 거듭하는 불안한 청춘의 전형이다. 세상의 관찰자로만 머물려고 하는「나」에게는 사랑조차도「서로의 몸을 잠깐씩 주고 받는 것,어떨때는 마음을 주고 받지,그러나 그건 서로 빌려주는거야,필요해서 잠시 빌려주고 다시 돌려받는 거지」라고 인식한다.
고독한 방황과 강렬한 자기주장, 상반된 음과 양의 불협화음이 오늘의 대중문화속에 비쳐진 신세대들의 초상이다.【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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