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민자당에 이어 중앙정부 일부 부처가 특정기업에 공무원연수를 의뢰하더니 내무부는 「공무원―기업인 교환근무제」를 확정하여 실시중이다. 우리가 교환근무제의 기본 취지로 제시된 정부와 기업간의 지식과 정보교류가 지니는 의의를 무조건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제도를 통해 일선공무원이 선진된 경영기법을 익히고 또한 기업체직원이 복잡다단한 행정현실을 배움으로써 정부와 기업은 서로 이해를 높이고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행정기관과 민간기업 쌍방의 능력과 소요에 입각한 인력배치와 교육내용을 사전에 조정하지 않은 경우 교환근무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는지 매우 회의적이다.
본디 정치권도 기업으로부터 국제화에 대한 현장감각을 습득해야 된다고 민자당이 국내의 간판격 재벌인 삼성에 당원을 위탁교육시킨것 자체가 민주공당으로서 올바른 처사라 하기 어렵다. 이를 아무런 수정과 보완없이 그대로 수용한 중앙정부의 조치는 더욱 그렇다. 국민복리를 위해 여러 사회계층·집단·부문의 이해를 공평하게 대변해야 하는 공무원의 행동규범은 기업의 조직목표인 사익추구와 본질상 상충되고 있다. 공직사회의 이도가 이도가 아닌 이도가 되어서는 결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공무원의 연수가 대기업중심의 성장전략을 추구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국가주도 발전과정에서 행정조직의 방만한 팽창과 운영이 이루어져왔다. 그동안 공직사회의 대민봉사기능이 떨어진 것도 그러한 발전주의의 신화아래 경직된 구조와 폐쇄적 의식을 자기쇄신 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행정기관은 민간기업위에 군림해왔다. 이 와중에서 국민은 또한 정책참여는 커녕 행정기관의 독선과 민간기업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웠다.
일견 교환근무제는 과거와는 변화된 정치의 모습을 읽게 해주고 있다. 행정기관과 민간기업이 서로 격의없이 고충과 애로를 터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권위주의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교환근무제가 또다른 차원의 정경유착 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교환근무를 위해 두 조직체가 인력을 자의적으로 동원하는 것이 행정공백과 아울러 생산저하를 가져올 위험도 있다.
작금 공직사회는 복지불동이라는 말 그대로 기강도 이완되어 있고 사기도 떨어져있다. 최근의 성금유용 사건이나 삼불추방운동은 모두 국민의 공복으로서 공직사회가 거듭나야할것을 웅변하는것이다. 그렇다고 행정부의 체질개선이 기업의 노하우를 수혈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속단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다. 공무원의 신분보장, 처우개선, 교육훈련 및 권한부여가 이루어져야만 정치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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