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 1년」을 맞아 영국의 가디언지와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더 타임스, 이코노미스트등 내로라 하는 신문 잡지들도 한국특집을 게재한 적이 있다. 한국에 극히 무관심한 영국언론으로서는 특이한 현상이다. 특집을 다루면서 한국대기업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다는 실리도 한몫을 했겠지만 「30년만의 순수 민간정부」를 통해 벌어지는 변혁과정이 기사로서의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다룬 특집기사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영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새로울 게 없는 평이한 소개 수준이었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면 이들의 보도태도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군사정부」라는 표현을 빼놓지 않는 비판적인 논조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엔 한결같이 호의적인 필치이다.
진보적성향의 좌파지인 가디언지를 봐도 그렇다. 25일자 국제면중 무려 3개면을 할애했다. 삼성의 전면광고를 포함하면 4페이지가 온통 한국기사로 뒤덮였다. 읽어내려가기에도 숨이 찰 정도의 분량이다.
「아시아의 중심이 된 새로운 서울」 「고래 싸움에 등터질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돌고래」 「중국과 일본 스타일과 또다른 독특한 문화유산」등 제목에서 보듯 기사내용은 극히 우호적이다. 비판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우리정부의 대외홍보자료를 보는 듯하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우리정부의 해외공보관들은 곤욕을 치르곤 했다. 아무리 홍보를 하려고 해도 「정통성없는 정권」의 원죄를 씻을 수가 없었다. 이젠 사정이 다르다. 굳이 미화를 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외국언론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군사정부와 민주정부의 차이가 그처럼 크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탄탄한 경제야말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홍보수단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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