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이미 물밑교섭… 한동안 붐일듯/“호기심 대상이나 상품성 없어” 낙관론/“정서해칠 향락·저질” 우려도 적지않아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일본대중문화의 단계적 개방안을 밝힘으로써 일본대중문화의 국내상륙이 가시화하고 있다. 문체부는 6월까지 일본대중문화 개방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연구를 마치고 7월께 구체적인 개방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은 그동안「검토한적 없다」고 부인해오던 주무부서가 개방방침을 분명히했다는 데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문화개방에 대한 전망을 짚어본다.
지금까지 정부는 일본영화의 수입뿐만아니라 한일합작도 허용하지않았고 일본배우의 국내영화출연도 정책적으로 막아왔다.
정부는 1단계로 한일합작영화의 제작과 일본배우의 국산영화출연을 허용하고 다음으로 일본과 제3국과의 합작영화를 받아들이며 마지막단계로 일본극영화의 수입을 선별적 단계적으로 실시(순수문예물에서 상업영화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단계적 개방전략은 일본 영화유입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합작과 교류를 통한 국내영화의 활성화를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영화계 일각에서는 시장을 확대하고 제작비부담을 줄일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배우교류및 합작을 위주로한 1단계 개방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았었다. 실제로 일부영화사들이 합작 혹은 일본배우의 출연을 전제로 「아로운」「안중근」「비황」등의 영화화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국민정서를 우려한 정부의 완강한 태도때문에 흐지부지 됐다.
최근에도 한 영화사에서 태권도영웅 최배달의 얘기를 그린「바람의 파이터」를 한국 일본 홍콩합작으로 제작하려했으나 허가가 나지않아 보류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영화제작자들이 일본의 동영영화사를 비롯, 동보 송죽 대영등 일본의 대표적 제작사및 배급사들과 밀접하게 선이 닿아있어 일단 정부의 방침이 확정될 경우 한일합작이 러시를 이룰것으로 보인다.
합작의 형태는 우리의 인력과 일본의 자본이 결합하거나 양국이 세계무대를 겨냥해 외국의 감독을 끌어다쓰는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수 있다. 그러나 일본영화의 평균제작비가 우리의 10배가 넘는 10억엔대(약 77억원)인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자본이 싸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찾아 한국시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지금까지 한일합작이 거론된 영화는 양국의 역사를 다룬 대형역사물이 주를 이뤘는데 실제로 영화교류가 시작되면 멜로나 에로물에 집중되리라는게 영화계의 전망이다.
영화사들은 일본문화개방의 물꼬가 트일때를 노리고 물밑교섭을 통해「천과 지」「돈황」등 일본의 대작들을 선수금을 주고 다수 확보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본영화및 제3국과 합작한 영화의 수입이 허용되면 한동안 일본영화상영붐이 일수도 있으리라는게 영화계인사들의 얘기다.
그러나 일본영화가 들어온다해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일본영화계도 할리우드영화에 몸살을 앓고있기때문에 경쟁력이 강하지않다』며 『시장이 열리면 한동안은 일본영화가 붐을 이루겠지만 우려할정도는 아닐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태흥영화사 사장 이태원씨도 『영화같은 문화상품은 국민적인 정서와 부합할때 상품성을 갖는다.일본영화가 호기심의 대상이 될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상품성이 크다고는 보지않는다』고 진단했다.
한편 사무라이영화등 일본의 자극적이고 질낮은 영화가 쏟아져들어와 우리 젊은이들의 정서를 흐리게 할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김경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