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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못깬 경찰수사/박천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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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못깬 경찰수사/박천호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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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명환씨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24일 『용의자 임홍천씨의 단독범행』이란 「잠정」결론을 내놓고는 해방감을 느끼는 듯한 분위기다. 경찰이 공표한 「계속 수사」의 진전상황을 알아 보려고 이날 밤 서울경찰청 강력계를 찾은 취재진에게 한 수사관은 『뭐하러 오느냐. 이제 다 끝난것 아니냐』고 퉁명스레 말했다. 모처럼의 여유를 훼방받는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하오11시께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퇴근했다.

 탁씨사건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이면서도 공권력이 쉽게 미치지 않던 사이비 종교단체의 해묵은 「죄상」이 뿌리째 드러나리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경찰은 처음부터 「뜨거운 감자」인 종교단체를 상대로 한 수사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범인이 현장에 남긴 달력종이의 명단을 컴퓨터로 추적, 「범인중 한명」으로 보이는 임씨를 검거한것까지는 좋았다. 그의 범행 자백에 무작정 구속부터 하고 보자던 식의 경찰은 공소유지를 책임져야 할 검찰에 의해 제동이 걸려 전례없이 「다 잡은 범인」을 하룻밤 풀어주는 에피소드마저 남겼다.

 임씨의 진술내용과 범행정황에 여러가지 의혹이 남아 있는데도 경찰은 『추리소설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사건은 없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수사는 합리적 추리가 토대』란 수사격언은 애써 외면하려는 눈치다.

 경찰은 임씨의 범행배후등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들을 『교회를 음해하려는 신빙성없는 얘기』라고 치부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사건을 대충 마무리지어 검찰에 송치하는것으로 「진흙탕」에서 발을 빼려는 자세다.

 경찰은 스스로 『한명이든 두명이든 범인을 잡았지 않았느냐』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무책임한 자세가 사이비 종교단체들을 에워 싼 「성역」의 벽을  높여왔음을 알아야 한다. 검찰이나 법정에서 경찰 수사의 허점이 여지없이 드러나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미리 내다 봐야 할것이다.

 경찰의 「해방감」은 성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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