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민족사의 고비마다 굽은 것을 바로 펴고 모자라는 곳을 채우며 훼손된 좌표를 바로 세워 우리 민족을 견인하여 왔습니다. 그 전통과 과업이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여러분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의 지평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평은 아직은 무정형과 혼돈의 지평이기에 각고의 노력으로 가치와 질서와 의미의 씨를 뿌려야 비로소 여러분의 영지(영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개척의 길에는 어둠과 함정과 유혹이 곳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 바, 어둠 속에 홀로 빛을 밝히는 외로움과 항상 함정과 유혹에 대비하는 자기겸손과 자기절제의 좁은 문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세계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나날이 급증하여 하루의 나태와 정체가 일년의 후퇴를 낳으며 오늘의 첨단이 내일의 구태가 되고 어제의 지성이 오늘의 무지가 되는 실정입니다.
우리는 현재 겨레의 오랜 숙원인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통일이란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행복과 영광을 보장하는 보물상자같은 것이라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인내와 양보와 헌신의 태도로 조심스레 건너야 하는 외나무다리와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7천만 민족의 참된 화합과 번영을 통하여 세계사에 기여하게 될 때 진정한 통일은 달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조국을 위한 새로운 이념을 창출해내야 하는 한편 사회 각 분야에서 진정한 통일을 위한 대비작업을 성실히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또 21세기의 주역입니다. 새로운 세기는 우리의 삶과 의식에 근원적인 변화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근원적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앞세워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변화에 앞서가는 첨단의 지성과 국제적 감각을 지녀야할 것이며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진취적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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