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말에 은어도 다뤄/문학작품집·사전까지 계속 출간 계획폴란드 바르샤바대학이 처음으로 한국어 교과서를 발간해서 이번 학기부터 교재로 사용한다. 동구권에서는 50년대부터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왔으나 한·폴란드 양국학자가 함께 「한국어」 교과서를 펴낸것은 처음이다.
「한국어」는 지난 해 10월 바르샤바대 한국어문학과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최건영교수(32)가 취임 직후부터 동료인 오가렉 최(여·한국문학·그는 북한 학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했다) 후슈차(한국사)교수등과 함께 집필해 4개월만에 완성했다.
바르샤바대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동양학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으며 「한국어」(2백65쪽)는 그 첫결실이다. 이 책은 한국어 문법과 한국어 회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양강좌등으로 널리 사용하게 된다.
이 책은 한글의 음성학, 발음구조등 20개과로 구성되어 있다. 음성학과 발음구조 부분의 50여쪽은 한글 음절구성을 분석하여 과학성을 강조하고 정자체부터 흘림체 글씨까지를 비교해서 특징을 쉽게 익힐 수 있게 했다.
1∼14과는 문법, 15∼18과는 일상회화, 19∼20과는 최교수가 직접 한국어로 쓰고 폴란드어로 번역한 수필인데 각 단원마다 문법해설과 연습문제가 있어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사전에 나와 있는 낱말 외에도 「미팅」 「졸팅」 「끝내주게 어렵다」등의 은어·속어등을 싣고 워드 프로세서나 팩시밀리등 외래어도 다룸으로써 한국의 현지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53년에 개설된 후 83년에 단일학과로 발전한 이 대학 한국어과는 동구와 러시아에서 한국학 연구의 중심이 되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영어교재나 작은 소개책자만 있었다.
이 대학은 오는 10월 또 한권의 한국어 교과서를 내고 내년까지 「한국문학 작품선집」 「한국어 문법문형연구」 「한·파 사전」 「파·한사전」을 출간할 계획이다.
최교수는 『폴란드가 오랫동안 수교를 맺은 북한의 영향으로 내용과 어법, 억양이 북한에 편향되어 있다가 서울 표준말로 된 교과서를 펴낸것은 정치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연세대 영문과를 나와 일본 동경대에서 「아나톨리 김 연구」로 러시아·폴란드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교수는 객원교수로 와있던 북한 교수가 귀국한 후 바르샤바대에 근무해 왔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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