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전향적… 특사 돌파구/물가문제 진단 여론과 큰 차이 김영삼대통령의 25일 기자회견에서 거론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북한핵과 정상회담등 남북문제와 물가등 경제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김대통령이 올해 맞고 있는 최대현안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이 이날 밝힌 남북정상회담 추진용의는 지금까지의 입장과 비교할 때 훨씬 적극적이고 전향적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열리는데 의의가 있는 남북정상회담에는 연연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취임1백일 회견때 『핵무기를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고 말한것처럼 핵의혹 해소를 최우선시했다. 지난 연두회견때 역시 핵투명성이 보장돼야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거듭 확인했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신축적인 변화를 보인것이다. 이는 사실상 지난해 정상회담추진을 위해 특사를 교환하자고 한 북한측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다 확고히 한것이다. 핵문제를 해결한 뒤 정상회담을 갖겠다던 입장을 바꿔 먼저 정상회담을 열어 거기서 핵문제를 포함한 남북한 현안 해결을 논의할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 북한 핵문제 해결이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로만 인식되고 당사자인 우리는 소외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킨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을 수락했지만 미국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남북특사교환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 명분상의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면도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핵문제해결은 물론 남북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의 신축적인 입장표명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정부 관련부처의 정밀한 판단아래 나온것이라면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과거정부때처럼 결과적으로 선언적 의미에 그쳐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카드를 최대한 쥐고 있으려 할 북한이 김대통령의 전향적 입장변화에 긍정적 대응을 해올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절대관심사인 물가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면서 물가상승 억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지만 물가상승 원인이나 그 대책에 대해서는 일반여론의 지적과는 거리를 나타냈다. 김대통령은 올해초부터 물가가 오른 것은 작년의 냉해때문에 농산물값이 오른것이 주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총력을 기울일것이므로 국민들도 사재기를 하지 않는등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연말연초를 기해 단행된 공공요금인상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공공요금인상을 앞으로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물가가 그렇지않아도 들먹거리는 연말연초에 정부당국자들이 공공요금인상 불가피성을 왜 강조해야 했는지도 설명이 없었다. 결국 정부의 경제시책이 무원칙하고 즉흥적이라는 지적에 대한 김대통령의 대답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
김대통령은 이날도 정치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 개혁의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그의 현재의 야당에 대한 인식이 나타난 대목이다. 정치권에서 관심을 보이는 후계문제나 내각제 개헌에 대해 김대통령은 종전과 다름없는 대답을 했다. 후계문제는 논의하기에 이르고 내각제는 우리 현실에서 전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계개편문제에 대해 김대통령은 인위적으로 되는게 아니므로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종전과는 다소 뉘앙스의 차이가 느껴진다.
김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연두회견에서 올해 국정방향이 제시됐기 때문에 정상회담문제를 제외한다면 크게 새로울게 없었다. 국민앞에 가급적 자주 나선다는데서 의미를 찾는다면 찾을 수 있을것 같다.【최규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