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은행가 경영합리화 전략/「저인망식영업」탈피 수익상품 주력/BOA등 6대상업은행 91년부터 불황서 탈출 「필요없게된 부문은 과감히 도려내라. 적자부문은 감축하라. 그리고 돈이 되는 부문은 집중육성하라」 미국은행들의 경영합리화 전략은 크게 자산감축, 인원감축 및 비교우위부문의 집중육성으로 구별된다. 미국은행들은 이와 함께 각종 수수료의 부과 및 인상으로 수익성 제고에 힘을 쏟아 80년대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자산매각을 통한 감량경영을 경영전략으로 선택한 대표적인 은행은 씨티뱅크. 91년 일본에서의 다이너스클럽운영권과 이탈리아의 자회사, 미국내 지방채 발행회사인 「암백」을 매각했다. 92년에는 금융신용보증회사인 캡맥 홀딩 컴퍼니를 매각했으며 지난해에는 자회사인 씨티뱅크 아리조나의 59개 지점을 포함한 총 23억달러의 자산을 미니애폴리스에 본부를 둔 놀웨스트은행에 매각했다. 씨티뱅크는 이같은 자산감축 노력에 힘입어 경영을 크게 호전시켰으며 수익이 호전되고 있는 올해에도 자회사인 쿼트론사를 로이터 홀딩사에 1억7천9백만달러에 매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많은 대형상업은행들이 자산감축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고 있다.다른 은행처럼 80년대에 부동산에 상당한 투자를 했던 퍼스트 시카고뱅크의 경우 경기후퇴로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상가와 오피스빌딩등 보유부동산의 대부분을 부동산 전문회사인 GECC사에 매입금액의 절반수준에 팔아치웠다. 퍼스트 시카고 뱅크의 고위간부는 『부동산에서 다시 수익이 발생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치우는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매입가격의 절반에 팔았지만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더 큰 손실이 생겨 은행이 큰 타격을 받았을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산매각과 함께 은행들은 인건비절감등 경비절감에 나섰다. 씨티뱅크, 체이스맨해턴뱅크, 케미컬뱅크, 네이션스뱅크,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등 소위 미국의 6대 상업은행들의 전체 종업원은 38만명이었으나 이듬해부터 인원정리에 나서 91년에 2만8천명, 92년에 2만9천명을 감축, 무려 15%나 인력을 줄였다.
특히 퍼스트 인터스테이트의 경우 90년말 사업재편성을 시작한지 2년만에 8천2백명을 감원했다. 이는 90년말 종업원수의 약 23%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를 통해 인건비를 15·5% 절감할 수 있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인원절감과 함께 창구직원을 정식직원이 아닌 시간제 고용직으로 대체, 급료 및 후생복지비를 줄이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인력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는 항시 해고가 가능한 미국의 고용환경때문이기는 하지만 절감규모가 워낙 엄청난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78년 시행된 업무영역규제완화등 일련의 금융자유화조치에 따라 비은행업무에 진출하는등 업무다각화를 추진했다.그러나 이때문에 비은행금융기관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경영이 악화되자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문에서는 철수하고 경쟁력이 있는 부문에 경영자원을 집중,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전통적으로 일반고객을 상대로 하는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체이스맨해턴은행은 주식중개업무에 진출했으나 최근에는 이 부문에서 철수하고 대신 지방은행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소매금융업무를 확충하고 있다. 반면 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JP모건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는 증권업무등 수수료 수입이 큰 투자은행업무에 주력하고 있으며 소매금융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행들은 이같은 경영합리화노력에 힘입어 91년부터 경영을 회복하기 시작, 92년 3·4분기의 당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97.9%나 증가한 85억1천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뉴욕=정숭호기자】
◎미 「뱅킹서비스」 세계 최고수준/은행카드/물품구입시 신원조회·사인없이 10초내 결재/금융사서함/기업의 수표거래 자동처리 3일이내 현금화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망과 고객의 불편을 최대한으로 덜어주려는 철저한 서비스정신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양대축이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산 뒤 현금이나 수표를 주는 대신 은행카드를 내민다. 슈퍼마켓의 계산대에 설치된 카드판독기를 통해 고객의 거래은행과 잔고가 확인만 되면 바로 그 순간에 물건값에 해당하는 금액이 슈퍼마켓 거래은행으로 입금된다. 컴퓨터정보통신망을 이용해 10초도 안 걸리는 사이에 대금 지불이 끝나는것이다. 주유소에서도 마찬가지다. 휘발유를 넣기전에 주유기에 달려있는 카드판독기에 카드를 슬쩍 밀어넣었다 뺀후 기름을 넣으면 주유가 끝나는 동시에 대금이 자동계산된다.
적어도 슈퍼마켓과 주유소에서는 카드를 카드용지에 밀고 신원을 확인한 후 소지자의 서명을 받는등 종전의 카드거래에 따른 번거로움이 완전히 사라진것이다. 물건을 사고도 카드조회등을 위해 장시간 기다려야하는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개발된 이들 시스템은 워낙 간편해 보급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등 대도시주변의 주택지역 슈퍼마켓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는 고객 유치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됐다. 일반 소매점이나 식당과 같은 서비스업소에서도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 많다.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보급되기 시작한 홈뱅킹의 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집에서 퍼스널 컴퓨터(PC)를 조작해 입출금은 물론 대출까지 받을 수 있게 됐을뿐 아니라 주식을 사고 파는 등의 재테크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미국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화려한 평가뒤에는 이렇듯 한치의 오차까지도 없애면서 최대의 수익을 가능케 하는 첨단 컴퓨터 기술과 고객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하는 서비스정신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앞질러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개발되고 여기에 걸맞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어떻게 보면 서비스와 상품의 구분이 유명무실해졌다고 하는것이 정확한 표현이 될 정도로 새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금융상품이 결합된 신종 복합상품이 쉴새없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거의 일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록 박스 시스템」(LBS)이라는 것도 컴퓨터 시스템의 일종이다. 「금융사서함」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서비스 상품은 수많은 거래 기업으로부터 매일 홍수처럼 밀려드는 각양각색의 수표를「소터」라고 불리는 기계로 자동분류, 결제토록 하는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경리직원들이 하나하나 뜯어 거래기업별, 수표발행은행별로 분류해 처리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수 있다. 이에따라 추심기간이 종전의 일주일에서 3일 이내로 단축돼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기업은 수표를 현금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게 됐다. 유휴자금을 최소화하고 자금의 유동성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게돼 자금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쉬워졌다.【뉴욕=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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