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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새황금어장”/미국 금융인이 본 「한국 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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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새황금어장”/미국 금융인이 본 「한국 금융시장」

입력
199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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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서비스등 크게 낙후/“완전 개방되면 즉각진출”/“증권·보험 초보단계/미국과 경쟁 안된다” 『한국은 떠오르는 새 시장이다』

 세계금융의 수도인 뉴욕에서 만나본 미국금융인들은 한국금융시장에 적지않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한국금융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있는 조건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미국금융관계자들은 한국진출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거나 구체적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금융은 동네축구 수준』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한국금융의 후진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자신들이 개발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야말로 세계 최고라는 강한 자신감에 다름이 아니다. 뉴욕에서 활동중인 한국금융기관 관계자들은『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미국금융기관들은 그날로 한국행 러시를 이룰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연구 철저히

 미국금융기관들이 한국진출을 위해 주도면밀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현지관계자들의 분위기로는 사전작업을 이미 마친것으로 느껴진다. 

 이들은 다만『한국정부의 규제가 완전히 풀려야 한다』고 완전개방촉구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말 역시 준비작업의 이행을 위해 금융시장의 완전개방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들린다.

 미국금융기관의 동태에 밝은 현지 한국금융관계자는『미국금융기관은 한국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이들은 한국사정에 대한 연구는 물론 본격상륙에 대비해 인력구성까지 마친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이 한국의 금융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수준은 구체적이고 깊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아주 높다

 물론 정부규제의 빗장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할 의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해 있는 미국 은행중에는 씨티뱅크(CITI BANK) 체이스 맨해턴(CHASE MANHATTAN) 퍼스트 시카고 뱅크(FIRST CHICAGO BANK), 증권회사 가운데는 메릴린치사등이 지점을 개설 운영하고 있으며 모건 스탠리사등이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개방이 확대될 경우 기존기관들은 자본을 추가로 대량 유입하고, 연락사무소를 둔 기관들은 이를 즉시 지점으로 확대개편하고 나설것이 확실시된다는게 현지의 지배적인 예상이다.

 퍼스트 시카고 뱅크의 에밀 코르네조부사장은『대부분의 미국은행들은 한국을 싱가포르 대만 중국과 함께 향후 핵심적인 이익발생국가로 여기고 있다』고 말하고『이 지역에 대해서는 점포망과 인원을 확충하고 있으며 이는 경영합리화차원에서 미국내 일부 대도시와 유럽의 지점을 폐쇄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쟁력우위 과시

 현지 한국관계자들은 한국금융시장이 열릴 경우 제대로 경쟁력을 갖고 선진국과 겨룰만한 분야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는다. 현재 미국회사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여기고 있는 증권만 해도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의 업무라는게 미국에 빗대보면 사실상 증권브로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증권회사들이 신상품을 개발해 들어오고 명실상부한 투자서비스로 고객층을 파고들면 한국증권회사들은 순식간에 위축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보험의 경우 우리에게는 실질적인 고객서비스상품이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미국회사들이 휩쓸어 버릴 가능성이 클것으로 보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앤더슨 수석부사장도『금융산업경쟁력의 최대요인은 고객서비스에서부터 나온다』는 말로 미국보험산업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최첨단 컴퓨터서비스를 앞세운 미국은행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다는게 현지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뉴욕지사에 근무하는 한 한국증권회사 관계자는『미국금융기관들은 1센트단위의 이윤을 놓고도 피나는 경쟁을 벌여온 강자들』이라는 말로 미국금융의 위력을 표현했다.【뉴욕=조재용기자】

◎미 신용평가 이렇게 한다/실명제바탕 종합분석,신용도 평가/개인 TRW·법인은 D&B가 권위

 뉴욕 중심가인 맨해턴의 한 시중은행. 컴퓨터 단말기에 이 은행의 암호와 고객의 이름,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흡사한 사회보장카드 번호, 주소, 우편번호를 입력하자 고객의 신용거래 내역이 2페이지 분량으로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맨앞에는 전체에 대한 개요가 12개 항목에 걸쳐 나와있다. 소송진행여부, 연체대출금 보유, 신용상태가 좋은 계좌, 매월 분할상환하는 대출금, 연체 대출금, 주택구입 융자금잔액, 과거 연체기록, 대출금상환실적 등이다.이어 총점이 매겨져 있다.총점은 1점에서 1천점까지 있다. 6점이면 대출금을 떼일 확률이 1천분의6, 그러니까 0·6%라는 얘기다. 1백점까지를 우수하다고 보고 3백점부터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 자료는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개인신용평가회사인 TRW에서 제공한 것이다. 신용평가회사는 은행 증권사등으로부터 고객에 대한 자료를 받아 중앙컴퓨터에 입력한다. 이들 자료는 종합분석을 거쳐 항목별로 정리된뒤 금융기관등에 제공된다. 물론 이 자료를 이용하려면 신용평가회사에 돈을 내야 한다.

 신용평가가 나쁘게 나오면 카드회사에서는 신용카드발급을 거부하고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자동차를 할부로 살수도 없고 심지어 전세를 얻을 수도 없다.

 개요와 총점에 이어 은행 백화점 카드회사등 각 거래기관별로 구체적인 거래실적이 기록돼 있다. 

 자료 맨 아래에는 어느기관에서 언제 이 사람의 신용내역을 조사했는 지가 나온다. 조회횟수가 많으면 신용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개인신용기록 조회는 그때그때 당사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연방정부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인동의 없이 기록을 볼 수 없다. 기록에 잘못이 있으면 당사자가 정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철저한 신용평가가 가능한 중요한 이유는 실명제가 철저히 생활화 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실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나 법인의 거의 모든 거래실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법인에 대한 신용평가기관으로는 D&B가 유명하다.

 종업원이 15명인 한 전기제품 도매회사의 경우를 보자. 모두 5페이지 분량으로 이 회사의 이모저모를 완전히 해부하고 있다. 

 맨 처음에 대상 법인의 개요가 나온다. 「등급 3A3. 전에는 3A2였음. 회사설립 1969년. 매출액 1천2백3만7천4백28달러. 자기자산 1백75만2백46달러. 과거 비위사실 없음. 담보 있음. 신용상태 괜찮음」

 「3A」는 이 회사의 자산이 1백만∼1천만달러 정도로 평가된다는 뜻이고 오른쪽의 「3」은 모든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용상태가 「괜찮다」는 의미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재무제표는 물론 소송관계나 수도·전기요금 미·체납 실적, 동산에 대한 저당권 설정내역, 회사의 연혁과 영업내용등의 기록도 상세하다. 특이한 것은 사장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 큰 회사의 경우는 주요 이사급까지 경력이 기록돼 있다.

 뉴욕에 있는 한 한국은행 지점 관계자는 『우리도 신용평가가 있긴 하지만 이처럼 풍부하고 정확하지는 않다』며 『TRW나  D&B의 정보는 전문가라면 그 사람이나 회사의 사정을 거의 완벽하게 꿰뚫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뉴욕=이광일기자】

◎시카고 선물거래소/세계최대 규모… 일·영등 외국상품도 상장거래

 미국 금융계가 자랑하는 갖가지 첨단 선진금융가운데서도 미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고수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선물시장(FUTURES MARKET)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실제로 현물이 거래되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특정시점에 형성될 가격을 예상, 특정물품을 미리 사고파는 계약이 이루어진다. 미래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의 선물시장가격으로 매입계약을 하고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품(선물)을 내다파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물시장 참여자중에는 미래의 가격변동에 영향받지 않고 현재의 가격을 기준으로 특정물품을 안정적으로 거래하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단순히 선물시세의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들도 만만치 않다.

 1백5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선물거래는 당초 곡물 면화 버터 치즈 귀금속등 가격변동이 심한 상품을 대상으로 시세변동에 따른 손실위험을 최소화(헤징·HEDGING)하기위한 거래방식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 70년대초부터 미재무부 공채, 유러달러등의 금리 및 각종 통화시세는 물론 주가지수까지 선물거래소에 잇달아 상장되면서 미국의 금융선물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미국내에서 상품선물뿐만아니라 금융선물거래에서도 단연 앞서가고 있는 곳이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와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이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이 거래소에서는 미국 국내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일본의 닛케이 주가지수, 영국장기국채, 각종 외국통화등 국외 금융상품도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물론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통하는 뉴욕의 맨해턴에도 뉴욕 상업거래소(NYMEX) 뉴욕 상품거래소(COMEX) 뉴욕 선물거래소(NYFE)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선물시장에서의 세계 최고를 넘보고 있다.

 금융선물시장에서 미국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88년9월부터 상장되기 시작한 일본 주가지수선물이다. 현재 일본은 종합주가지수(TOPIX)와 닛케이 주가지수(NIKKEI 225)등을 선물거래대상으로 상장하고 있는데 일본의 투자자들보다는 오히려 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선물거래의 역사와 함께 축적된 오랜 경험과 날로 정교해지는 컴퓨터정보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 일본이 그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시카고=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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