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이 잘못을 지적받으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오래전부터 해오던 관행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 감사원이 밝혀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불우이웃돕기성금등 기부금유용실태에서도 이같은 항변은 어김없이 되풀이됐다.『기부금모금은 법으로 금지된 사항아닙니까』 『자발적인 기부금은 불법이 아닌데요』 『불우이웃을 도우라고 준 돈을 기관장의 판공비로 쓴 건 잘못 아닙니까』 『대한민국 시장 군수중에 그런 식으로 안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이번 감사에서 적발된 17개 기관의 관련공직자들중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감을 제대로 헤아리는 인사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아마도 열에 아홉은 『재수없이 걸려들었다』고 강변할 것이다. 한 술 더떠 감사원이 여론에 편승해 별 것도 아닌 일을 갖고 호들갑을 떤다고 떨떠름해 할 인사들도 있을 것이다.
공직자들의 이같은 도덕적 불감증은 최근들어 감사원이 밝힌 일련의 감사지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팔당수계내의 오·폐수처리장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감사원 지적만해도 그렇다.하루도 안돼 거짓이 탄로날게 분명한데도 경기도의 첫 해명은『그럴리가 없다』는 것이었다.심지어 여당일부에서조차 『감사원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립병원내의 상당수 X레이기기에서 방사능이 과잉 배출되고 있음을 몇년전에 알고서도 이를 방치해 왔다는 지적에 대한 보사부의 대답은『유해사실이 입증된 바 없다』였다. 문제점 투성이인 지하철 안전실태 감사결과에 대한 해명도『아직 그런 이유때문에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일련의 감사결과들은 매번 두번씩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충격적 사실때문에 한번, 감사결과에 전혀 놀라지 않는 공직사회의 불감증에 또한번.
문민정부1년의 결실을 내세우고자 하는 정부는 잘못만 지적하는 감사원이 미운오리새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미운오리새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서는 문민정부의 성과가 허상에 그치기 십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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