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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 혁신 흥망 걸었다(아메리카 리포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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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 혁신 흥망 걸었다(아메리카 리포트:4)

입력
199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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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스트리트」의 오늘/미 은행 발빠른 변신 “국제화”/“세계시장 장악” 첨단상품 개발 총력 미국 금융기관의 비즈니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비자우선이다. 우리 고객이 높은 은행문턱을 넘어 동냥하듯 대출을 구걸하는 반면 미국 고객들은 집이나 사무실에 편안히 앉아서 최첨단의 신용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은행업무뿐만이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거래에서  서비스라는 말이 아직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우리가 정보통신망을 등에 업은 미국금융기관의 한국진출 러시를 목격할 날도 멀지 않은것같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정부의 외국금융규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현시점에서 과감한 대한 금융투자는 시기상조라며 내숭을 떨고 있지만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한국진출 채비를 마쳐놓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월스트리트 현지취재를 통해 주먹구구와 컴퓨터만큼이나 격차가 나는 한미 금융산업을 조명하고 금융 국제화의 길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한 마디로 큰일입니다. 국내 금융시장이 완전개방돼 미국금융기관들이 본격진출할 경우 한국 금융기관들이 과연 견뎌낼지 걱정입니다』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첨단 기법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실력에 혀를 내두르면서 한국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들의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할것이라고 단언했다.

 80년대말만해도 경기침체로 극심한 경영위기에 빠졌던 미국은행들은 90년대들어 철저한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소비자 중심의 첨단 금융상품을 개발, 위기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이들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대적할만한 국내은행들이 거의 없을것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진단이다.

 우리에게도 이름이 낯설지 않은 미국 최대의 상업은행인 씨티뱅크는 90년부터 경비절감 인원절감 조직개편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경영합리화에 나서 적자에서 벗어났다. 체이스맨해턴은행도 뉴욕 맨해턴 중심가에 있던 전산영업본부를 땅값이 비교적 싼 브루클린지역으로 옮기면서 절감된 경비로 세계 각국의 지점망을 연결하는 초대형 컴퓨터도입등 장비교체에 나섰다.

 JP모건은행은 지난 수년간 대대적인 감원을 단행했으며 시카고에 본부를 둔 퍼스트 시카고뱅크는 임원들이 출장때 묵는 호텔의 등급을 낮추고 출장횟수도 가급적 줄이도록 하는등 경비절감을 추진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미국은행들은 80년대의 적자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흑자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체적인 경영합리화만으로는 부족, 지난해에는 미국 산업계에서 경비절감전문가로 알려진 인사를 생산성향상 담당중역으로 영입했던 씨티뱅크는 지난해 4·4분기에만 6억4백만달러의 경비절감에 성공, 5억7천5백만달러의 순익을 달성한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행도 지난해 4·4분기 순익이 전년대비 77% 증가했으며 이밖에 최근 지난해 4·4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했던 뉴욕뱅크와 멜론뱅크, 와코비아, 퍼스트 피델리티등의 은행도 각각 9%에서 40%의 순익증가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80년 10개에서 88년에는 2백21개로 늘어났던 은행도산도 최근 들어서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흑자추세로 돌아선것은 경영합리화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해지자 저마다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개발에 나서 고객들을 붙잡아 두는데 성공했다.

 물건을 산후 계산대에 설치된 카드판독기에 밀어넣기만 하면 대금지불이 끝나는 은행카드가 나왔는가 하면 현금인출과 예금은 물론 컴퓨터 화면이 지시하는대로 단추만 누르면 자산운영까지 할 수 있는 자동출납기(ATM)가 개발돼 계좌만 개설해두면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서비스와 신상품도 다양하게 개발돼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종전에도 컴퓨터와 발달된 통신망으로 미국의 기업들은 다른 어느 나라 기업보다 은행업무를 손쉽게 할 수 있었으나 최근 수년사이에는 자금부 직원 이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서 전세계 어디든지 송금할 수 있는 송금시스템이 개발돼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단 1명이 5분만에 50건을 송금할수 있을 정도다.

 미국은행들은 이같은 경영합리화와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로 다시 세계 금융시장의 주역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금융업계는 2차대전후 세계경제가 미국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당시까지 영국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금융시장의 맹주자리를 차지해오다 80년대들어 전에 없던 불경기와 대규모 무역흑자를 바탕으로한 일본금융기관의 급부상으로 크게 위축됐으나 90년대들어 다시 세계금융시장을 호령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유럽금융시장의 경우 대규모 자산은 대부분 미국 은행들이 개발한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으며 도이치방크등 일부 유럽계 은행에서는 미국은행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 미국인 은행가들을 초빙해 경영을 맡기고 있다.

 이처럼 세계금융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은행이 조만간 개방될 한국금융시장에 뛰어들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문가지이다.【뉴욕=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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